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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고 Apr 16. 2024

<해파랑길을 준비하며> 기록의 중요성

해파랑길 출발일이 점점 다가온다. 설렘과 약간의 긴장감이 있다. 출발 전 이런 느낌은 활력이 된다. 막상 걷기 시작하면서 처음에 느꼈던 설렘은 사라지고 빨리 길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만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 떠나기 전의 기대감, 설렘, 두려움, 긴장, 불안 등이 뒤섞인 감정이 최고조에 오른다. 그리고 걸으며 긴장감은 사라지고 현실을 직면하며 매 순간 마주치는 상황과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벽을 허물고 조금 더 성장한 자신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쩌면 여행이나 트레킹은 떠나기 전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머지는 여행의 목적에 따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해파랑길을 걸으러 간다. 따라서 우리가 할 일은 그냥 걷는 것이다. 그 외의 모든 상황과 마주치는 사람들은 여행의 양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음식 맛을 내기 위해서는 양념이 필수적이니 이 또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길 안내자이기에 길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물론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이 정해져 있고, 두루누비라는 어플이 길을 안내해 주기에 길을 걷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숙소도 각자 예약하고, 식당은 길을 걷다가 적당한 곳이 있으면 들어가서 먹으면 된다. 그리고 걸으면 된다. 그럼에도 안내자라는 역할 때문인지, 이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꾸 길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며 들여다보게 된다.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해파랑길에 대한 검색을 하면 이 길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나온다. 블로그나 다른 sns에 써 놓은 정보들이다. 하지만 정작 내게 필요한 정보는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풍경 사진, 식당 사진과 음식, 또 자신의 신변잡기를 기록한 내용들이 많다. 내가 필요한 정보는 한 코스를 걷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평균 보속은 어느 정도였고, 고도는 몇 미터인지 등이다. 물론 일부 블로그에 기록해 놓은 정보가 있기는 하지만 특히 고도 정보는 별로 없다. 고민 끝에 트랭글이라는 어플에 들어가 검색해 보니,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길을 걷기 위해,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걷기 위해 거리, 고도와 소요시간, 이 정보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번에 걸을 해파랑길 1 - 4코스는 별로 어려운 길은 아닌 것 같다.


경기둘레길이나 서울 둘레길, 그리고 다른 길을 걸으며 그 길에 대한 코스 안내와 거리, 예상 소요시간은 나와있지만, 고도 정보가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 관계자분들께서 고도 정보도 함께 알려주신다면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산티아고 출발 전 사무실에서 지도 한 장을 나눠준다. 전체 800km 구간의 고도가 표시된 정보다. 물론 첫날이라 긴장해서 그 당일 잃어버렸지만, 지금도 그 고도가 나와있는 종이 한 장에 대한 추억이 남아있다. 어느 길을 가든 길 안내와 거리는 어플이나 홈페이지에 나와있어서 길을 걷는데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고도가 나와있는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다. 걷는데 고도 정보가 매우 요긴하다. 언젠가는 이 정보가 들어간 길 안내 정보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이번에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며 트랭글에 다른 사람이 올려놓은 자료가 큰 도움이 되었다. 이는 내게 할 일 한 가지를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트랭글에서 검색하는데 생각보다 자료가 많지 않다. 해파랑길을 걸은 사람은 많을 텐데 정작 1 -4 코스 정보 검색 시 한두 가지 정도의 정보 밖에는 없다. 앞으로 해파랑길과 코리아둘레길을 걸으며 트랭글에 걸었던 정보를 올려서 나처럼 이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 정보는 차고 넘치는데 정작 내가 필요한 정보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아마 검색을 못하는 내 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도 있을 터이니 걸었던 정보를 기록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길을 걸으며 세 가지를 자신과 약속한다. 기록을 트랭글과 sns에 남기는 것, 사진을 찍어서 영상으로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리는 것, 후기를 정리해서 sns에 업로드하는 것이다. 트랭글의 정보는 걷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영상과 후기는 이 길을 다른 사람들이 걷게끔 만드는데 작은 미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길 걷는 것도 힘들고, 길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 게다가 세 가지 임무를 스스로에게 부여했으니 이 또한 부담이다. 하기 싫어하고 귀찮아하고 불편해하는 일을 스스로 맡아서 하고 있다. 나 자신을 스스로 힘들게 만들고 있다. 편안함을 멀리하고 불편함을 가깝게 함으로써 익숙하던 자신의 모습에서 탈피할 수 있다. 늘 누군가에게 의지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는 습관도 만들 수 있다. 몸은 불편하게 만들고, 그런 상황에서 마음은 늘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이 길들여졌던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본래 모습인 야생성을 회복하는 방법이다. 해파랑길은 또 앞으로 계속 진행할 코리아 둘레길은 야생성 회복을 위한 수행의 방편이다.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이고 준비하며 걸어보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기 수행도 함께 할 수 있다니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해파랑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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