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비행기라 최소 3시간 전엔 공항에 가는 게 원칙이라 7시가 되기도 전에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조식을 야무지게 먹은 후 체크아웃을 했다.
여태 다녔던 호스텔들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으라 할 정도로 호스텔임에도 불구하고 조식이 푸짐하고 맛있어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듯.
잊지 못할 클링크 노르드 호스텔 조식
호스텔을 나와 다시 선착장으로 가는 길. 날씨는 생각보다 추웠다. 강가 근처인지 강바람이 워낙 세서 체감온도는 영하권이었다.
분명 아침이지만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오후 10시 같은 분위기랄까.
유럽의 겨울은 해가 참 늦게 뜬다.
아침이라 그런지 암스테르담 중앙역은 한산했다. 몇몇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이기도 했다. 중앙역에서 도착 후 기차 시간표를 확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항철도가 왔고 30분을 가다 보니 어느새 스키폴 공항에 도착.
탑승수속을 모두 마친 후 게이트 근처 공항 밖 풍경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그제야 해가 슬슬 뜨기 시작했다. 창밖엔 분주하게 이륙 준비를 하는 비행기와 이륙하고 있는 비행기가 보였다. 화물을 싣고 나르는 직원들도 보였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셔틀버스도 보였다. 공항의 아침 풍경이 새삼 신기하면서도 구경하기에 재밌었다.
잠시 네덜란드에서의 짧은 여행을 되돌아봤다. 비록 3박 4일이었지만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었다. 네덜란드에 오기 전 내내 입에 달고 살았던 반 고흐 미술관. 몇 년 전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반 고흐의 작품들을 봤지만 성에 차지 않았고 꼭 그의 고향에 가서 진득하게 보리라 다짐했거늘. 그게 벌써 5년 전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반 고흐 미술관을 갔으니.감격스러웠다. 마치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기분이랄까.
하루 종일 그곳에 머무르면서 행복했다.
덧붙여 이번 여행 같은 경우엔 운이 좋게도 klm항공에서 브로츠와프와 암스테르담 사이 비행 노선이 생긴 지 1년 채 되지 않았을 때라 편안하게 오고 갈 수 있었다. 모든 게 딱딱 맞아떨어질 때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게 이런 기분이려나.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폴란드로 다시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음으로 헤이그를 가서 이준 열사께서 순국하신 곳을 방문할 수 있어 감사했다. 특히 헤이그 특사는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면 늘 빠지지 않는 주제 중 하나로서 기억해야 할 역사라 생각했다. 여태껏 말로만 듣던 헤이그라는 도시와 그 역사의 현장을 직접 다녀오면서 많은 걸 느꼈기도 했다.
로테르담 같은 경우엔 낮에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약간 실망을 했지만 해가 지고 난 후부터가 시작이었음을.
기다림의 미학은 이럴 때 있는 쓰는 말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암스테르담은 여기저기 다녀오느라 거의 둘러보질 못해서 많은 걸 담아내진 못했다. 단지 건물들이 아담하고 중앙역 근처로 대마 냄새와 홍등가 바로 옆에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어서 약간의 문화충격을 받았던 거랄까. 서울에 비하면 암스테르담은 수도 치고는 작은 도시지만 아기자기 다 모여 있고 운하가 있어서 인상적이었던 도시였다.
출도착 시간을 빼면 네덜란드에 머문 시간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또 오고 싶은 나라였다. 잔세 스칸스, 잔담 등등 아직 못 가본 도시들도 많고 튤립 축제 등 다시 갈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 주로 '여지를 남긴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여행에서 여지를 남긴다는 건 다시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 놓는 것과 같다. 가끔 지난 여행을 돌아보면 '다녀오다'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아 다음엔 다른 나라를 가야지 하고 이미 다녀왔던 나라를 제쳐 두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