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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테디 Sep 09. 2020

가끔은 트래블러처럼

나가자. 밖으로


항상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커튼을 걷고 하늘을 봤다. 매일매일 아침의 날씨를 통해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했다. 비가 오는 날엔 창문을 살짝 열어 빗소리를 듣곤 했고 그저 흐린 날엔 더욱 늦잠을 청하기도 했다. 날씨가 좋은 날엔 어디 갈지를 정하곤 했다.    


1월 2일 브로츠와프의 날씨는 아침부터 한없이 맑아 서둘러 외출 준비를 했다. 모처럼 여행자의 시선으로 브로츠와프를 즐길 예정.




여행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동네 근처 성당 전망대에 들러 브로츠와프 시내를 구경하고 현대 미술관과 건축박물관을 가는 것이었다. 그다지 바쁘지 않게 딱 적당한 일정으로 계획을 세웠다.


동네 근처 성당의 이름은 Cathedral of St. John the Baptist. 2년 전에도 왔었지만 하필 그때 전망대를 올라가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컸기에 언젠가 다시 브로츠와프로 돌아간다면 가장 먼저 가봐야 할 곳으로 남겨 두었었다. 다시 브로츠와프에 왔을 때 날씨가 좋으면 꼭 가야지하고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찰나에 날씨가 좋아 제일 먼저 가기로 했다.  


집에서 성당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며칠 전에도 성당에 미사를 드리기 위해 갔었고 워낙에 브로츠와프 시내에서 크고 눈에 띄는 곳이라 늘 가던 길을 따라갔다.


두 개의 첨탑으로 이루어져 있는 고딕 양식의 성당은 꽤 역사가 있어 보였다. 하기야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도 기본적으로 동네 성당들은 지은 지 몇백 년은 넘어 보이는데 여기도 그러겠거니 했다.



이 성당이 조금 특별했던 건 전망대로 한 번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점이다. 오래된 성당 안에 엘리베이터가 있다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매번 유럽의 어느 성당을 가도 전망대가 있으면 올라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수많은 계단을 오르다가 이 정도면 다 왔겠지라고 착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여긴 친절하게도 전망대까지 편히 오를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였다.


약간의 입장료를 지불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번에 쭉 올라갔다. 전망대의 규모는 생각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브로츠와프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랄까


브로츠와프는 과거와 현재가 같이 공존해있는 도시처럼 보였다. 듬성듬성 보이는 현대식 건물 또는 현대식 아파트와 유럽의 흔한 구시가지 광장과 성당 그리고 시그니처 컬러인 주황색 지붕



비단 브로츠와프뿐만 아니라 대부분 유럽의 나라들은 과거와 현재를 잘 버무리게끔 하는 그런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어쩌면 더욱 유럽 특유의 감성이 짙어진 건 아닐까





전망대를 구경한 후 발길 닫는 대로 걸어가다가 인상적인 건물을 발견했다. 건물과 건물을 연결해주는 다리처럼 보였고 브로츠와프 가이드북에도 나오지 않은 숨겨진 장소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 일정에 맞춰 구글 지도만 의지한 채 갔었더라면 못 봤을 것이다. 왜냐면 대로변에 있지도 않아서 찾아가기에도 쉽지 않았을뿐더러 구글 지도에 뭐라고 검색할지도 몰랐으니까. 


마치 나만 아는 히든 플레이스를 찾아낸 것처럼 기분이 조금은 들떴다.






하루 종일 걸을 땐 밥심이죠


점심 먹을 시간이 되자 근처 쇼핑몰에서 그리웠던 한식을 먹었다. 집에서도 한식을 해 먹곤 했지만 그래도 빵 대신 쌀이 좋았다. 그만큼 사람의 입맛이 그리 쉽게 변하기는 쉽지 않다. 메뉴판을 쓰윽 보면서 가격대를 파악했다. 메뉴에 짜장면과 짬뽕이 있는 게 조금은 흥미로웠다. 해외에서 한식당을 많이 가보진 않았지만 주로 한식당에서 한식만 팔지는 않아 보였다.



간만에 바깥 음식으로 한식을 먹으려니 메뉴 선정에 있어서 고민이 다른 때보다 많았다. 우선 날씨가 조금은 쌀쌀하니 애피타이저로 우동 한 그릇을 뚝딱하고 가격 대비 무난한 메뉴로 제육볶음을 주문.

 

생각보다 밑반찬이 맛있어서 놀랐다.

주로 어느 식당을 가든 밑반찬이 먼저 나오는데 나는 밑반찬을 주메뉴만큼이나 많이 먹는다. 밑반찬을 맛보면 그 식당이 맛집인지 아닌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어서 밑반찬이 나오면 먼저 한 점씩 먹곤 하는데 김치 한 점을 먹고 나서 여긴 맛집이구나 바로 알 수 있었다.


짬뽕을 시키기엔 왠지 해비해서 우동을 시켰다.

 






신선한 플레이스가 필요해


점심을 먹은 후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구글 지도를 살펴보면서 한 번도 안 가본 곳들을 가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두 곳을 정했는데 현대 미술관과 건축 박물관. 미술관 가는 걸 좋아하는 나에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단지 현대 미술에 대한 시각이 부족할 뿐. 


미술관에 도착하니 입장료가 무료라 하길래 땡잡았구나 하면서 천천히 관람을 했다. 관람을 하면서 느낀 건 전반적으로 난해하고 어려웠다. 현대미술 작품을 관람하는 내 능력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작품 설명이 영어가 아니라 폴란드어로 쓰여 있어서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사실 미술사조 중에서 중세와 르네상스 그리고 후기 인상주의의 작품들을 좋아할뿐더러 어느 정도 작품들에 대한 해석이 있어 관람하기 편하지만 현대 미술은 도슨트 님들의 설명이 있지 않는 이상 어렵다.


그래서 작품을 보면서 딱히 무언가를 느꼈거나 영감을 얻지는 못했다. 단지 폴란드 현대 미술이란 이런 거구나 겉핥기랄까. 


Wroclaw Contemporary Museum



Wroclaw Contemporary Museum





하지만 분명 유명한 예술가들이 전시한 것들이라 생각했기에 최대한 의미를 발견하려 했다.



분위기는 어느 현대 미술관 못지않게 느낌적이었다.



작품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금방 보니 한 시간이 조금 넘은 늦은 오후


짧은 관람을 마친 후 다음으로는 건축 박물관으로 향했다. 미술 다음으로 건축에 관심이 많은데 건축학도는 아니지만 유럽여행을 하면서 항상 인상적인 건축물을 보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스페인 가우디의 여러 건축물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면서 흥미가 생겼다. 덧붙여 브로츠와프의 르넥에서 여러 이쁜 건축물을 보면서 폴란드의 건축에 대해 궁금했다.


르넥 근처로 가는 트램을 타고 느지감치 건축박물관에 도착해서 관람을 하기 시작했다. 입장료는 3천 원 미만 정도로 아담한 박물관이었다.



Museum of Architecture





건축 박물관은 현대 미술관과 다르게 구경할 게 많았다. 건축에 필요한 타일, 기둥, 스테인글라스 등등 건축에 필요한 요소들을 전시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 영어 설명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박물관 내부 천장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스테인 글라스 장식이 아닐까






다른 건 몰라도 이 작품은 르넥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건축 박물관 관람을 마친 후 소감을 적자면 건축이기에 시각적인 요소들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해서 전반적으로 재밌었다. 비록 건축에 대한 기본 개념이나 지식은 없을지라도 충분히 구경만 해도 흥미로운 게 많았던 곳이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나오니 슬슬 저녁 먹을 시간이라 근처 Carrefour Express에서 가서 장도 보고 장 보는 중에 통닭 굽는 냄새에 꽂혀 바로 구입




집에 와서 소소하게 혼자 치맥을 하면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다. 모처럼 날씨가 좋아 덩달아 기분이 좋았고 오랜만에 여행자로 돌아가 동네를 구경하면서 조금 더 브로츠와프라는 도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1월 2일 기승전치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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