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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keSummer Dec 24. 2022

[퇴근길 인터뷰] 재택근무자에게 쾌변이란?

2022년을 마무리하면서 

안녕하세요. 오늘은 연말을 맞이해서 특집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재택근무자 두더지님을 모시고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박수 짝짝짝짝짝     


두더지님 어서 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네 새로 취직해서 일 배우고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새로 취직하신 곳은 어떠세요?

네 아직까지 잘 다니고 있어요. 

 

    



1. 2022년에 이룬 것이 있다면요?

-취직했어요.      


2. 그 의미는 무얼까요?

-40대에 4대 보험이 되는 풀타임으로 일한다는 건 자랑거리가 하나 생긴 거죠. 아들자랑, 남편자랑, 시댁자랑, 친정자랑이 아니라 내 이름 석자 걸고 자랑할게 생겼다는 거예요. 일이 너무 힘든 것도 자랑이고요. 진상 고객 만난 것도 자랑이고요. 7시간 타이핑 치다가 손목 관절 마디마디 아픈 것도 자랑입니다. 일 안 해도 늘 아팠고요. 일해도 아파요. 그러면 돈 벌면서 아플래요. 그까짓 거 돈 이랬는데, 막상 벌어보니 아닙디다. 세금 떼고 백십육만 원 벌때와 세금 떼고 이백 삼십 벌 때는 달라요.      


3. 일하면서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으셨나요?

-아. 취직 준비 할 때는 사랑에 빠져요. 그것도 콩깍지가 제대로 씌죠. 여기가 아니면 안 돼. 제발 제발 나를 선택해 줘. 너무 설레면 어떤 줄 아세요? 심장이 아파. 그런 기간이 한 달 가요. 허니문 같은 거지. 수습 기간 3개월 동안에는 그야말로 눈물바다야. 뭐가 그렇게 눈치가 보이는지. 재택근무인데도 하루종일 감시카메라가 돌아가는 기분 알아요? 이건 차라리 오피스에서 일하면 당당하게 쉬고 당당하게 화장실 가고 당당하게 점심 먹을 텐데, 내가 채찍을 들고 나를 때리고 있으니 끌끌끌. 꼴에 자존심은 세어서, 이렇게 일을 못 할 바에야 그만두겠다. 아니 강사일만 20년 하다가 새로운 일을 하는 거니 못하고 실수하는 건 당연하잖아요. 아무튼 매일 그만두겠다 마음만 먹고서 한 달 여가 지나니 조금씩 나아지는 거예요. 월급 5번 받으니까 하루하루 나아지는걸 몸에서 느껴요. 어, 나 쓸모 있네.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 거네. 1500개 퍼즐이 하루에 한 개씩 맞춰지는 기분. 딱 그거예요. 더군다나 30개 퍼즐 맞추면 통장에 돈이 들어와 있으니. 좋다 좋아. 6개월 동안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했죠. 사실 지금도 그래요.




4. 일하면서 달라진 점은요?

-욕망에 솔직해졌어요. 처음에 일 배우느라 서울에 있었거든요. 서울이 갖고 있는 매력을 알게 된 거죠. 서울은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이건 지방에만 살아본 사람들이 서울에서 지내봤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거예요. 티비에서 보는 거 말고 꼭 직접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을 보고, 그 안에 냄새를 맡고, 그 열기를 느껴야 알 수 있어요. 이때 아들을 꼭 인서울로 진학시켜야겠다고 결심해요. 그리고 이 계기로 20년 전에 인서울을 포기했던 자아를 만나죠. 처음으로 그 욕망을 인정하고 마음껏 표현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전에는 아들 수학 문제집을 우공비로 샀다면 이제는 수능으로 이어지는 초등수학 이런 걸 사는 거죠. 글쓰기는 일기로 만족했다면 이제는 교과서논술 순한맛을 사는 거예요. 대치동으로 이사 갈 수는 없지만 지방러 선에서 최대한 끌어내는 거죠. 그게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는 두고 봐야죠. 그래도 저 지평선 너머에 묻혀있던 욕망은 인정받아서 좋다네요. 올해 그거면 된 거 아닐까요.      


5. 힘든 점은 없으세요?

-왜 없겠어요. 일은 더 잘하고 싶은데, 생각만큼 뇌 용량과 집중력이 쌩쌩하지 않아서 슬프죠. 체력도 그만큼 안 따라주면 더 슬퍼요. 한 달 전에 이비인후과 다녀왔는데 며칠 전에 또 다녀왔잖아요. 감기는 달고 사나 보다 생각하기로 했어요. 제일 슬픈 건 퇴근하고서 쌓여있는 설거지, 빨래, 청소거리예요. 일하면서 그 꼬라지를 계속 느껴야 하니 집안일이 앉아서 째려보고 있는 게 느껴져요. 빨리 설거지해라. 음식물쓰레기는 안 버리니. 바닥에 쌓여있는 빨래는 언제 갤 건데. 그리고 일하는 엄마의 틈을 타서 종일 노는 아들 녀석 보면 진짜 현타 오죠. 한 달에 두세 번은 뒤로 넘어가게 화낼 때가 있는데, 그러고 나면 뒷목이 뻐근해요. 오늘도 그런 날이에요. 애 자는 모습 보면서 우는 거 진짜 그만하고 싶네요.      


6. 2023년에는 어떤 계획이 있으세요?

-일을 잘하고 싶어요. 밥 값한다는 뿌듯함으로 근무시간을 채워보고 싶어요. 실수도 덜하고 싶고, 능력 있네 나란 사람 그런 말 자주 하는 새해가 됐으면 해요. 영상편집 무료강의 신청해서 듣고 있는데 전혀 감이 안 와요. 새로운 분야는 이렇게 진입이 어렵네요. 내년에는 셀프영상 많이 찍어서 올리고 싶어요. 왜냐고? 오늘이 제일 젊으니까. 그리고 브런치에 어렵게 합격했으니 글도 꾸준하게 발행할 거예요. 잠자고 있는 블로그 글도 깨워서 데려오고, 영어낭독 매거진도 구체적으로 써보고요. 제일 중요한 거! 올해 못한 소갈비찜 도전 해보려고요. 양념이야 파는 거 사면되고, 들통에다가 푹 끓여서 해보고 싶었어요. 성공하면 사진 찍어서 올릴게요.      



7. 마지막으로 구독자들에게 인사 한 마디 해주세요.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똥을 싸서 행복해요. 되게 웃기죠. 똥을 싸면 행복하고 똥을 못 싸면 답답하고 짜증 나요. 어떻게 하면 아침에 똥을 쌀 수 있을까 그걸 고민하면 돼요. 하루에 허용되는 고민은 거기까지. 되게 거창하게 세상을 구해야 할 것 같지만 우리는 대장에 있는 똥을 내보내면 하루의 임무를 완수한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 지금 너무 잘하고 있다고요.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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