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keSummer Dec 30. 2022

라떼효과를 재정의 해드립니다

내년에 마흔두 살 재택근무자의 고군분투기 

지은언니가 커스텀 라떼를 추천해 줬다. 숙성라떼라서 맛있단다. 우유를 숙성한다고? 우유를 좋아하지도 않고 라떼는 두통을 유발해서 더더욱 마시지 않는데 안산에 다녀온 이후로 머릿속에 커스텀 라떼 커스텀 라떼가 떠나질 않는다. 길을 건너다 우리 동네에 떡하니 있는 커스텀 커피 발견!   


   

빨간 뚜껑 텀블러를 들고 재택근무자는 인스트로우 대신 커스텀 커피를 간다. 초록-화이트 깔끔한 내부에 키오스크가 반긴다. 라떼 4,800원. 워매 비싸기도 해라. 언니가 맛있다 했으니까 믿어보자. 집에 와서 한 모금 입에 후룩 넣어본다. 맛있네. 아까 비싸다고 한 거 미안. 맛있네 맛있어. 스팀밀크 특유의 비린내 없이 우유의 고소함만 극대화 됐다.      




언니 커스컴커피 라떼 너무 맛있어여. 역시 언니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김 흐흐 

저도 커스텀서 라떼 마시고 있떠여 흐흐     



그렇다. 12월 초에 그렇게 라떼를 마시기 시작했다. 인스트로우 라떼도 맛있어서 그 뒤로 2주간 매일 출근을 라떼 한 잔과 같이 했다. 인생은 라떼처럼. 라떼는 말이지. 라떼 효과. 윤건의 라떼처럼. 다른 건 모르겠고 라떼는 맛있다.      





그러나 재택근무자여 당신은 잊은 게 있다. 사장님의 스탬프 도장이 하나씩 늘어갈수록 당신의 지방은 쌓이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매일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칼로리가 10kcal이지만 라떼는 215kcal라는 걸. 언니 그래서 내가 언니랑 안 노는 거야. 진짜 짜증 나. 바닐라 라떼를 시키는 친한 동생은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언니의 속마음을 알지.      



감기가 또 시작이다. 그나마 평균 5,000보 걷던 게 뚝 끊겼다. 필라테스도 못 간다. 토요일에는 셀레늄 수액을 맞았다. 이렇게 안 하면 또 한 달을 갈 거기에. 바지런히 감기와 싸워 본다. 산타할아버지는 오시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 오후까지 37.4도의 열이 왔다. 화장실 거울로 비치는 뚱뚱 부은 얼굴.  그녀의 마음은 오묘 복잡하다. 네모난 체중계 위에 왼쪽, 오른쪽 발을 차례차례 올려본다. 앗 차거. 현실은 더 차갑다. 54.5. 뭐여 아프면 빠져야지. 며칠 사이에 2킬로가 늘면 어쩌자고. 먹은 것도 없단 건 거짓말이고.      



아플 때는 뇌가 잠깐 멈춘다. 냉동실에 숨겨놓은 오레오치즈케이크를 포크로 푹 찍어서 통째로 야금야금 먹는다. 그것도 다 먹지도 못하고 포크를 내려놨다고 푸념해 본다. 그전에 최애 아이스크림인 본젤라또 녹차초코바도 먹었다고 고백해 본다.      




라떼 효과란? 라떼를 허하고 나서 케이크도 허하고, 초콜릿도 허하고, 과자도 허한다. 그게 라떼 효과다.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는 정신을 차리고 있기에 입에 들어가는 거 모두 칼로리를 체크하지만 라떼를 마실 때는 그냥 놓는다. 입이 움직이는 대로.      



재택근무자는 하나 더 고백한다. 그녀는 영양성분표를 보는 게 습관이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오징어 땅콩을 집는다. 총 내용량 98g, 30g당 147Kcal. 빠르게 계산한다. 이 한 봉지를 다 먹으면 대애충 150칼로리 곱하기 3이니까 450칼로리네. 아메리카노 45잔을 마시는 격.      



질소가 가득 든 봉지를 푹 뜯는다. 락앤락에 넣는다. 한 개를 집는다. 오도독 씹는다. 또 한 개를 집는다. 오도독 씹는다. another 한 개를 집는다. 그렇다 3개 이상을 먹지 않는다. 그 선을 넘으면 알지 알지 계속 먹게 되는 거. 오늘은 여기까지.      


그래서 사실은 과자를 사지 않는다. 이 모든 과정이 피곤하다.   


   

재택근무자는 another 고백을 한다. 그녀는 먹방 시청하는 걸 좋아한다. 히밥처럼 엄청 많이 먹는 거 말고 브이로그 먹방을 좋아한다. 캐나다에 사는 미셸이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피자를 먹을 때, 그녀는 덩달아 행복하다. 최씨가 짜파게티에 옆에다 캔 옥수수 따서 부을 때, 모짜렐라 치즈 또로롱 비단이불처럼 깔아서 파김치랑 같이 먹을 때, 그녀는 짜릿하다. 치즈가 하얗게 늘어나면 그녀의 정신도 하얘진다. 그렇게 늘어진 마음이 좋다.      



어제 썰플리에 나온 디에잇이 그랬다. 살이 안 찌는 자신의 몸이 좋다고. 

나도 네 몸이 좋아. 

그녀는 어느새 디에잇의 몸으로 들어가 피자를 먹는다. 크러스트에는 고구마 필링이 가득 들어있다.      


Latte Photo by Cristian Cristian on Unsplash

Pizza Photo by Fatima Akram on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재택근무자의 독백: 점심시간을 내게 줄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