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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 Oct 17. 2017

텐동이라는 음식

오사카 덴덴타운 이치미젠 텐동

오사카 난카이난바역 덴덴타운 근처, 우리가 묵은 호텔 담벼락에 작은 가게 한 채가 기대 있었다. 선술집일까, 우동집일까 궁금했다. 가게 유리창에 붙여놓은 메뉴판을 훑어봤다. 

'튀김집이구나! 먹고 싶다!'
            



문을 열자 코앞에 바 형태의 길고 좁은 나무 테이블이 보였다. 테이블 앞에는 등받이 없는 간이의자가 놓여 있었다. 안쪽 자리로 들어가려면 극장에서 좌석을 찾을 때처럼 먼저 앉아 있는 손님에게 "스미마셍, 스미마셍' 양해를 구해야 했다.  자리마다 메뉴판이 놓여 있었는데 한글도 적혀 있었다. 사진과 메뉴판 설명으로 짐작컨대, 야채, 생선 등 제철 식재료를 튀겨 밥에 올려 먹는 음식 같았다. 


처음 접한 텐동의 신세계. 양이 많아 다 먹어갈 즘엔 느끼했다. 값은 1000엔. 


나중에 알고보니, 이 음식이 텐동(튀김덮밥)이라는 것이었다. 붕장어(아나고) 한 마리를 통째로 튀긴 튀김이 올라가 있는 메뉴 사진을 보고, 고민 없이 주문했다. 테이블 안쪽에 서 있던 중년 여성이 주문을 받아 테이블 끝에서 튀김을 만드는 노인에게 전했다.

등이 굽은 백발노인이 식재료를 튀기는데 기름 튀는 소리가 까르르까르르 숨넘어가게 웃는 것 같았다. 노인의 포스와 튀기는 소리로 튀김옷이 얇고 투명할 거란 짐작이 들었다. 냉면 그릇만 한 도자기 그릇에 튀김이 수북이 담겨 등장했다. 튀김 밑에는 밥이 그릇의 반을 채우고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소식한다더니... 사실일까? 의문이 들었다. 붕장어 튀김은 길어서 대가리와 꼬리로 추정되는 부위가 그릇 밖으로 삐져 나갔다. 이 튀김은 젓가락으로 먹어야 하나, 손으로 들고 먹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들었다. 가지와 옥수수 한 토막을 튀긴 튀김도 있었는데, 튀기는 소리로 직감했듯 튀김옷이 얇고 바삭했다. 반죽의 비결은 튀김가루 반, 공기 반이 아닐까. 탐구하는 자세로 음미하며 먹었다.


밥에 뿌린 소스는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 간장이었다. 벽에 오사카 특산품이며 선물용으로 좋다고 적혀 있었다.  집에 가져와 덮밥이나 튀김 소스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았지만, 충동구매를 자제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문을 나섰는데 가게 모퉁이에 '어쩌고저쩌고 금상'이라 적힌 입간판이 보였다. 요리 경연 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는 내용 같았다. '간장을 살 걸 그랬나?'지금까지 생각 중이다.  


※일본 덮밥 요리를 '돈부리'라하며 돈부리는 도자기 사발을 뜻한다.(그래서 텐동이 도자기 그릇에 나왔군!) 돈부리를 간단히 '동(丼)이라 하는데, 밥에 튀김을 얹으면 텐동, 돈카츠를 얹으면 카츠동, 장어를 얹으면 우니동, 쇠고기 조림을 얹으면 규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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