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요 Mar 13.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44

싱그러운 하리의 튤립 바늘집

  '초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싱그러움'이다. 또, 봄의 새싹에서 볼 수 있는 파릇파릇함, 여름의 무성한 녹음에서 만나는 청량함, 가을 낙엽이 지기 전에 만나는 쓸쓸함, 겨울에도 지지 않는 소나무 이파리의 씩씩함 등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초록을 사용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어릴 적 문구점에서 팔던 노트 앞면에 인쇄된 은은한 초록색 면처럼 말이다.


  초록 이파리와 찰떡같이 어울리는 것은 단연 ‘꽃’이다. 녹색이 한 가지 톤으로만 구성되는 색이라면, 꽃은 무지갯빛처럼 모든 색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언니는 봄만 되면 튤립 꽃을 꼭 보고 싶어 한다. 튤립은 이파리가 몇 장이 되지도 않는데 색이 뚜렷하고 수형이 참 아름답다. 아마 디자인적으로 예쁘기 때문에 좋아했던 것 같다. 이런 튤립 사랑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언니 하리는 튤립과 초록을 모티브로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작품을 만들 당시 퀼트 기초반 아이템을 구성하고 있던 때여서 수업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었다.



  언니는 자신을 닮은 캐릭터 [하리]를 연노란색 천 위에 아플리케 하였다. 솜도 넣어서 입체적인 얼굴 표현을 완성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꽃을 감상하는 하리의 표정을 표현하기 위해 눈을 감은 모습으로 이목구비를 수놓았다. 마치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하리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캐릭터의 양 옆으로는 두 가지 튤립들을 배치하였다. 덕분에 뽀얀 하리의 얼굴이 화사하게 돋보인다.


  바늘집의 뒷면은 초록과 노란색 원단을 헥사곤 모양으로 패치워크하였다. 마치 하리가 키우는 정원의 모습처럼 푸르르면서도 알록달록하다. 헥사곤은 6개의 각을 맞춰야 하는 만큼 손이 많이 가고 난도가 있는 작업이다. 이는 퀼트 기초반의 묘미를 장식하기 위해 조금 어려운 과정을 추가한 것이었다. 보기에는 헥사곤 패치워크가 어려워 보이지만, 실상 각을 하나씩 맞추며 바느질하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또, 각이 잘 맞으면 쾌감이 느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바늘집 안쪽은 이전 소개한 작품들처럼 울펠트를 부착하여 바늘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였고, 주머니를 만들어 작은 소품들을 수납할 수 있게 구성했다. 자그마한 소품이지만 아플리케, 패치워크, 퀼팅, 주머니 만들기, 끼워 박기까지 모두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다양한 기법이 들어가는 만큼 완성도가 높게 만들어진다. 특히 캐릭터 하리 얼굴에 솜을 넣었기 때문에 핀 쿠션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처럼 핀쿠션을 꽂아두면 마치 하리가 얼굴에 수지침을 맞고 있는 것 같은 효과(?)도 있다.


  이 작품을 손에 쥐고 있으면 마치 봄이 내 손안에 가득하게 들어찬 기분이 든다. 밝고 생동감 넘치는 기운이 깃들어서 바느질을 시작하기 전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평상시에는 여리여리한 리본으로 입구를 묶어두기 때문에 리본을 묶고 푸는 과정이 즐겁다. 마치 선물 보따리를 푸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이 작품 덕분에 바느질 시간이 선물 같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누구든지 즐겁게 바느질할 수 있도록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4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