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요 Mar 25.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50

그림책 주인공 꼬치를 파우치로 만들자

  얼마 전 풍요하리 신간 그림책인 「꼬치의 꽃이 피는 날」이 출간되었다. 이미 온·오프라인 서점에 입점이 완료되었고 곧 팝업전시도 예정돼 있다. 지금이야 어려운 일들이 모두 끝났기 때문에 여유가 생겼지만, 이 작은 그림책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약 3년여의 시간이 지났고 스스로의 벽을 깨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고슴도치이자 주인공인 '꼬치'와 또 다른 주인공 '꽃'의 시초는 2017년부터 시작된다. 당시에 키우던 '게발선인장'이 크리스마스 선인장이라는 멋진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나중에 그림책을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듬 해부터 마음속으로만 간직해 오던 소재를 고슴도치와 연관 지어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작년, 수채화로 원화를 완성했다. 


  꼬치 그림책 작업을 하던 무렵 언니도 고슴도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맨날 고슴도치 자료만 보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 때문인지 어느 날 고슴도치로 파우치를 만들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고슴도치 '꼬치'는 보드라운 아이보리색 피부색과 연밤색 가시를 지니고 있다. 동그랗고 반짝이는 작은 눈과 코를 가진 온순한 성격의 캐릭터이다. 성격이 느긋하고 착한 마음씨를 지녀서인지 바쁜 부모님을 대신하여 동생 셋을 잘도 돌본다. 가족들을 위해 노력하는 꼬치를 보고 있으면 한국의 장남, 장녀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그와 동시에 그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다. 이런 든든한 인물이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 것 같다.


  언니는 고슴도치를 바느질 소품으로 만들기 위하여 캐릭터의 모티브만 가져와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보리색 피부톤과 뾰족한 가시를 표현할 밤색 계열의 원단 조각들을 배치했다. 특히 가시 부분에는 정삼각형 모양으로 패치워크를 하였는데 가시를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언니는 설명했다. 설명을 들어서인지 삼각패치워크가 더욱 멋스럽다고 느껴졌다. 가을과 꼬치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것 같은 원단 색상 표현이 마음에 쏙 들었다. 


  꼬치의 이목구비를 모두 표현할 수는 없지만, 쫑긋한 귀와 동그란 두 눈동자는 그대로 옮겨졌다. 오닉스 원석으로 양쪽 눈을 달아주어 생기 있는 꼬치의 모습이 완성되었다. 얼굴 주변에는 뾰족뾰족한 레이스를 둘러주어 멋진 목도리를 두르게 되었다. 그림 속 꼬치에게도 빨간색 뜨개 목도리를 둘러주었는데, 케이프 느낌으로 그려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참 많이도 들어갈 것 같은 꼬치 파우치는 4개의 팔, 다리가 모두 있는 모양새로 완성이 되었다. 이 덕분에 파우치를 반듯하게 세울 수 있다. 또 파우치의 겉면에는 은색 스티치와 비즈들도 달아주었다. 하리만의 감성이 잔뜩 묻어서 그런지 블링블링 예쁘게 꾸민 꼬치가 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안감은 짙고 깊은 느낌의 베이지 색 원단을 사용했다. 토끼와 작은 소품들이 아기자기하게 무늬로 새겨져 있어서 안감을 감상하는 것 또한 즐겁다. 


  여러 마음의 저항감 때문인지 오랜 기간 출간하지 못했던 나의 책 「꼬치의 꽃이 피는 날」과 그런 꼬치에 영감을 얻어서 고슴도치 파우치를 만들었던 언니의 작품이 서로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참 새로웠다. 언니를 비롯해서 내 주변에서 고슴도치 꼬치를 응원해 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책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언니는 꼬치 파우치 이외에도 고슴도치 파우치를 여러 개 더 만들었다. 마치 내게도 꼬치를 잊지 말고 꾸준히 끝까지 가보라고 응원해 주는 듯이. 그 덕분인지 무사히 책이 만들어졌고 이내 독자들도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결승점에 다다른 지금은 세상의 모든 고슴도치들이 자신만의 꽃을 피우길, 그리고 즐겁게 꼬치 파우치를 만들며 취미생활도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4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