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전하는 편지 v19] by 한재훈
내 방 한 구석에는
선물처럼 끈을 묶어놓은
자그마한 상자 하나가 있다
그 상자를 열면
내가 받았던 손편지들이
추억을 가득 머금은 채 가득 담겨있다
첫사랑과 주고 받았던 쪽지부터
생일을 축하한다는 사소한 것까지
잊지 않고 챙겨준 친구들의 편지까지
다양한 내용의 손편지들이 빛을 내고 있다
가끔 상자를 열어볼 때마다
편지를 주고 받았던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고,
잊고 살던 진심이 문득 떠올라
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한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편지지를 모으는 게 취미였던 나는
예쁜 편지지를 고르는 그 짧은 시간이
즐거웠고 행복했다
지금도 가끔 편지를 쓸 때면
이 사람에게는 어떤 편지지가 어울릴까,
어떤 봉투가 예쁠까,
그리고 어떤 내용과 말투가 좋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게 행복하다
근 몇 년간은 손편지를 쓴 기억이 없는데
이번 겨울 새해를 맞이하면서
내가 만난 소중한 사람들에게
손편지를 쓰기로 했다
내가 애정하는 너에게
손편지를 쓸 핑계를 만들어서
예쁜 편지지와 봉투에 넣어 직접 주면
너무나 얘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