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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Jun 18. 2024

정치 초보가 본 이재명

- 감성과 이해

감성

 나에게는 막연하게 자리 잡은 진보 인물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한 명을 꼽자면 문재인이 부합한다. 품위와 교양을 떠올리게 하는 교수타입의 외모와 일각에서 '스윗-'이라며 조롱하는 그 경계 어디쯤의 그것이다. 굳이 언급하자면 조국과 유시민도 비슷한 감성이다. 이재명을 그들과 비교해 보니 기존의 진보 감성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공부를 시작했으면 이재명 정도는 알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차 조사를 해보기로 했다.


 이재명은 진보 감성 기준에선 거친 사람이었다. 눈빛과 말투도 그렇고 스윗-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성장 과정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진보가 소수와 약자를 대변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치인은 기득권이며 엘리트로 살아온 이들이 대다수다. 반면 이재명의 이력은 생생한 밑바닥 삶부터 시작됐다. 이러한 배경에 끌린 지지자가 적지 않은 것 같았다.


좌측부터 문재인 조국 유시민 이재명


 지지자들에게서 문재인을 선택했던 후회도 보였다. 밖에서 볼 때에는 1번 주자 아웃되니 2번 주자 미는 것처럼 보였는데 속사정은 달랐다. 진보는 2번 주자를 내세운 것이 아니라 다른 감성의 1번 주자를 밀어주고 있었다. 일상이라면 사람 좋아 보이는 문재인에게 호감을 갖겠지만 정치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깨달은 것일까? 모두의 의견을 무한대로 수렴하면 '우유부단'이 뒤따른다. 나 같아도 존경하는 은사님을 고르라면 문재인을 택하겠지만 정치 리더는 이재명의 감성이 어울려 보인다.


 이재명이 대통령을 한 후에 문재인이 출마했다면 진보진영이 승리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흥미로웠다. 이재명은 윤석열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고 어떠한 비판을 받더라도 교통정리를 했을 거라는 추측이다. 실제로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은 그러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보수에서 본 이재명은 파괴적이고 자비 없는 인물이어서 어떻게든 막고 싶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재명은 민주진영의 돌연변이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수박 퇴치'로 이어졌다.



수박

 정치에 관심을 갖기 전 나는 이재명을 노무현과 문재인의 후속 인물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공천 과정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일명 '수박 퇴치'로 불린 지난 공천은 지금의 민주당을 이해하는 키워드였다. 수박이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친이낙연 또는 배신자를 통칭하는 용어였다. 현재는 친문재인도 포함하며 이재명을 따르지 않는 민주당원을 수박으로 분류한다.


 민주당 공천은 수박 퇴치가 목적이어서 그 여파로 지지율이 하락하기도 했다. 보수진영은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켜 '이재명의 당 사유화'라며 비판했다. 여기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21대 진보진영은 많은 의석수를 갖고도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재인의 실책과 윤석열의 등장, 그리고 수박 세력의 비협조 등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민주당은 양보다 질을 개선하기로 한 듯했다. 쉽게 말해 똑같은 100석이라도 공격력을 다르게 하겠다는 의도다. 이재명이 쓰러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재명이 집중 공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채팅과 댓글을 분석하며 문재인과 페미니스트 세력을 싫어하는 민주당 지지자를 많이 보았다. 정치에 무관심할 때에는 몰랐던 사실이다. 진보진영의 실책을 한쪽으로 떠넘기고 새 출발을 하자는 의도일까? 솔직히 좀 치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민주당은 분명한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국민의힘의 총선 패착 원인 중 하나는 민주당의 수박 퇴치를 얕잡아봤던 탓일 것이다.


 최근 배운 정치 이론에 의하면, <진보 VS 보수>의 실상은 <보수를 제외한 모든 세력 VS 보수>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보수의 이념은 명확한데 진보는 오만가지 세력이 섞여있다. 이민자, 성소수자, 장애인, 노동자, 과거사문제, 복지, 문화예술 등등 진보에는 모든 것이 모여있다. 진보의 패배에는 언제나 '분열'이 함께였다. 수박 퇴치는 분열을 억제하고 승리를 최우선에 두는, 말하자면 진보의 보수화 전략이 아닐까?



사법 리스크와 악마화

 내가 이재명을 지지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재명을 꺼리는 유권자는 비슷한 생각을 공유할 것이다. 대장동 관련 공격이 거세진 시점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시기가 겹친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정치적 공세로 우길 수는 없다. 반면 검찰이 총력을 기울여서 털었음에도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무시해선 안된다. 나는 이 부분만큼은 중립이고 싶다.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판단은 그렇다.


"전과 4범에 '찢'을 지지해? 제정신인가?"


 정치를 배우다 보면 도저히 이해할 없는 부류를 알게 된다. 마치 사이비를 보는듯한 기분이었다. 이재명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재명 지지자가 사이비로 보일 것이다. 나 역시 내가 납득하지 못하는, 예를 들어 5.18 북한군 600명 침투설 따위를 주장하는 부류를 사이비로만 취급했다. 하지만 그들은 진지했으며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공부를 해보니 그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여전히 헛소리로 들리지만 이해하고 비판하는 것과 무조건 비판하는 것의 차이점을 배웠다. 그래서 전과 4범과 형수 논란에 대해서 조사를 해봤다.


전과 4범

1. 공무원 자격 사칭 (2003)

2. 도로교통법 위반 (2004)

3. 특수공무집행방해 (2004)

4. 공직선거법 위반 (2010)


1. 공무원 자격 사칭은 분당 파크뷰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방송사 PD가 검사를 사칭했고 이재명은 동석했다는 이유로 공범으로 몰린 것이라고 한다. 2. 도로교통법 위반은 음주운전이었다. 이재명 본인도 인생 최대의 과오라며 사죄를 하기도 했다. 3. 특수공무집행방해는 20만 서명을 받아서 성남시의회에 의료원 건설 조례를 청구했는데 그 자리에서 기각을 당했고, 그에 분노해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은 것. 4. 공직선거법 위반은 지하철역 안에서 명함을 나눠줬기 때문이다.


형수 논란

 이재명과 형수의 통화내용이 공개된 후 큰 파장이 일었다. '찢'이라는 치명적인 이미지가 생겨난 사건이다. 내가 볼 땐 사법리스크보다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유권자가 공약과 정치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도덕성을 1순위에 두기 때문이다. 이것도 조사를 해봤다. 이재명의 해명에 의하면 '찢'이라는 발언은 이재명의 형이 이재명의 모친에게 한 말이라는 것이다. 이재명은 그러한 형의 발언을 인용하여 형수에게 "~찢 이라고 하면 좋겠냐?"라고 말한 것인데, 형수가 그 부분만 편집하여 공개했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M_8rm2kvhjE

이재명 형수 관련 해명 영상


 내가 이재명 지지자라는 가정을 해보았다. 사법리스크는 정치공세이며 전과 4개 중 2개는 시민을 위한 행동이었다. 지하철역 안에서 명함을 나눠준 행위는 개정된 선거법에 익숙하지 않았던 실수이며 음주운전은 분명하게 사과를 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형수 논란의 피해자는 오히려 이재명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해석을 용인한다면 이재명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위의 내용을 이해하고 이재명을 싫어해도 정상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악마화를 멈추어도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 발언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다. 크고 작은 말실수를 지적해도 되고 리더십을 의심해도 된다. 자신이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라면 이재명을 공격할 구석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악마화를 등에 업은 조롱은 도파민 잔치일 뿐 어떠한 발전도 없다. 이는 윤석열을 향한 조롱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자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보를 찾아보며 놀라웠던 부분은 언론의 편향이었다. 이재명을 겨냥한 보도는 특정 언론사 위주로 재생산되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이런 나를 모자란 인간이라 비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직접 찾아보고 해석한 결과가 그렇다.


 BTS의 팬이 되는 것과 BTS가 인기 있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이재명의 지지자를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윤석열의 지지자도 이해해보고 싶다. 정치공부를 편향 없이 하겠다는 것만큼 위선적인 말도 없겠지만 이해하지 않으면 혐오만 남는 것 같다. 이 글이 보수진영 지지자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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