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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쏘쏘 Jul 31. 2019

외국 슬럼가에 혼자 가면 생기는 일

스물여덟에 갑자기 유럽 18편 - 나폴리(이탈리아)

2019.07.14 나폴리(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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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rento, You're sooo hot


이제 야간버스는 개껌. 아침 8시 반, 나폴리다. 체크인이 멀어 어딜 가야 겠는데 나폴리는 갈 곳이 너무 많다. 소렌토, 카프리 섬, 아말피 해안 등. 일단 기차만 타면 갈 수 있는 소렌토로 고고.

Welcome to Napoli :)

뭐야. 사람 왜 이렇게 많아. 하필 토요일에 나폴리에 왔다. 유일하게 소렌토로 가는 이 기차는 출근시간 서울 9호선이 되버렸다. 서류가방 대신 물놀이 공을 들고서.

도착하기 전부터 Hot한 소렌토

소렌토가 태양에 가까운가. 지하철역에서 나오자 눈을 뜰 수가 없다. 잠깐의 현기증이 끝나니 도로 한복판부터 야자수가 보인다.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 원색깔 레스토랑과 찰떡인 야자수는 팔을 흔들며 어서 먹고 놀으라고 재촉했다.

소렌토 분위기, 야자수가 씹어먹었다
Hello.


지나가는 몸 좋은 오빠야가 인사한다. 설렌다. 사진 좀 찍어달라는 사이좋은 할머니, 할아버지. 예쁘다. 그렇게 태양빨 받은 예쁜 바다 하나로 다들 세상 다 가진 얼굴이다. 소렌토보다 더 핫한 소렌토의 사람들을 따라 어사인 나도 살짝살짝 바다한테 친구하자 해볼까.

사실 물 별로 안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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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슬럼가에 혼자 가면 생기는 일


예약한 게스트하우스 건물 대문 앞에 한 성질할 거 같이 생긴 외국인 5명이 앉아있다. 조용히 기척없이 가서 벨을 눌렀지만 응답이 없다. 5명 외국인이 흘끔흘끔 거리는게 불편하다.

저 문 앞에 무려 5명이 앉아 있었다

어디선가 한 사람, 두 사람이 나타나 거리가 그 사람들로 뒤덮인다. 마침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나타나 문을 열어줬다. 아, 여기 있다가 또 혼자 나와야 되는데. 무섭다.

다시 나왔을 땐 다행히 그들이 보이지 않았다.

숙소에서 한번 숨 고르고 나폴리 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Google map의 안내에 따라 숙소에서 꺾어진 골목에는 또 한 거칠어보이는 한 무리가 보인다.


짜이찌엔! 곤니찌와!


내가 앞을 지날 땐 신나서 중국어, 일본어를 던지고 자기들끼리 웃는다. 하나도 안 웃긴데. 겁나 무서운데. Google map이 안내하는 길이 아니라 큰 길로 간다.

넘쳐나는 쓰레기, 낡은 건물들

거리에 일반인이 없다. 간혹 가다보면 총을 든 경찰이 있다. 여기가 그 유명한 사람이 죽기 전에 꼭 가야 한다고 했던 나폴리 맞나. 여기 뭐야. 이상해. 나를 자꾸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서 슬그머니 아이폰도 앞 가방 속에 넣는다.


알고 보니 관광객들에게도 주의령이 내려진 나폴리. 이탈리아 3대 마피아 중 하나의 본거지(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음)인 나폴리. 쓰레기는 또 왜 이렇게 많나 싶었는데 마피아가 쓰레기 수거업을 독점해서 정부와 갈등이 있을 때마다 도시가 이렇게 된다고.

텅 비어있는 나폴리의 거리를 메우고 있는 쓰레기들

뒤늦게 이제까지 지나온 도시가 대부분 소득수준이 굉장히 높은 도시였다는 것을 안다. 이게 진짜 '레알 도시'였다. 내가 두려워하는 소매치기가 그들에게 '생계'라는 사실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생계형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난다는 나폴리 중앙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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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더 하지 않은 걸 후회할 때


초긴장 상태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얼마 안 있어 룸메 한 명, 또 얼마 안 가 룸메 한 명이 들어온다. 나보다 먼저 여기에 머물던 2명까지 게스트하우스 가 가득 찼다. 방금 체크인한 룸메가 말을 건다.


Where are you from?


"I'm from Korea."

"Wow, it is so far. I'm from Rituania."


혼자 여행하고 있냐고. 얼마나 여행하며 이전엔 어디를 갔다왔냐고. 이미 대여섯번 대답해봤지롱. 다음 질문까지 미리 예측해가며 능수능란한 영어로 대답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리투아니아 룸메가 씻고 나온 다른 룸메와도 인사를 나눈다. 그들은 어느순간 알아들을 수 없는 속도로 대화를 시작한다. 뭐라는 거야. 갑자기 신나게 웃는다. 알아들은 척 살짝 미소를 지어준다.


먼저 머물던 룸메 둘도 들어와 대화에 합류한다. 나만 대화에 끼지 못한다. 조용히 마스크 시트를 얼굴에 올리며 스킨케어에 여념이 없는 척을 한다. 결국 이어폰까지 낀다. 영어 좀만 더 열심히 해놓을걸.

대화를 모른 척 하기에 너무 가까웠던 우리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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