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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자 치는 snoopy Feb 19. 2023

굿매너와 비매너




극장에  때마다 사람들 됨됨이를 느끼게 된다.

극장이 떠나가라 전화벨이 울리는 데도 느릿느릿

전화기를 찾아 빼 들고 큰소리로 통화하는 꼰대들부터

신발을 벗고 앞 좌석 의자 등받이에 다리를 뻗어 올리고

자기 집 안방처럼 드러누워 영화를 보는 인간까지,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을 만나는 곳 중 하나가 극장이다.

광고 시간, 앞자리 관객이 뒤를 돌아보며 뭔갈 묻는다.

“혹시 제 목발이 관람에 방해가 되지는 않나요?”

우리는 깜짝 놀랐다. 이런 사람 처음이야.

어쩜 이리 사람이 순한 맛이야.

목발이 스크린을 가리거나 우리 시야를 막지 않아서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괜찮냐고 먼저 물어주다니.

자기 머리통 두 배쯤 되는 모자를 쓰고 머리통을

좌삼삼 우삼삼 수시로 공간이동하며

뒷사람 신경도 안 쓰는 개념 없는 인간이 한 트럭인데…

반면, 우리 옆자리 인간들은 이랬다.

극장 조명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됐는데

남자 새… 가 스맛폰을 꺼내 톡 답장을 한다.

조금 하다 말겠지… 꾹 참고 30까지 수를 세도

멈출 기미가 없길래 참다 참다 결국 한 마디 했다.

“저기요. 스맛폰 불빛 좀…”

나를 힐끗 보더니 미안하단 말도 대꾸도 멈춤도 없다.

계속 손꾸락을 놀리며 자판을 두드린다.

이미 내 시선은 왼쪽 스맛폰 빛에 뺏겨서 영화가 눈에 안 들어온다.

다시 하나 둘 셋 넷 다섯… 씁씁 후후

이걸 그냥 확… 하고 본격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몸을 기울이니까

그제야 폰을 끄고 주머니에 넣는다.

부글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영화의 흐름에 다시 올라타는 데 한참이 걸렸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 불이 켜졌다.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인가 하고 왼쪽을 힐끗 봤는데,

웬일이니.

키 작은 어린이 관객을 위해 극장마다 비치해 놓은

베이비 시트(아동용 방석)을 바닥에 깔고

신발을 멋은 채 시트에 발을 올려놓고 영화를 봤더라.

극장 불이 켜지니 그제야 주섬주섬 신발을 신는 새ㄲ…

남자 인간 옆에 신발 벗고 똑같은 짓을 한 여자 인간이

신발을 고쳐 신고는 베이비 시트를 바닥에 그냥 두고

자리를 뜨더라. 처음이 아니라 많이 해본 솜씨.

옆에서 그러면 말려야지 둘이 똑같이 그러냐? 싶다가

그래, 똑같은 것들이니 둘이 사귀는 것이겠지.

끼리끼리 논다더니

역시, 끼리끼리는 과학이구나.

굿매너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고

비매너는 미간을 찌푸리게 만든다.

같은 사람인데 어쩜 이리 다르니.

그럴 거면 너 힘들고 남 불편하게 극장 왜 오니?

니 집에서 드러누워 스맛폰도 보고 발도 올려놓고

너 하고픈 대로 하면서 OTT나 봐.

제발…

#극장예절 #제발좀 #눈치랑개념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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