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가는 나의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Background
첫 번째로, 예전에는 조금이나마 못생기게 나온 사진은 싫다고 지워버리기 일쑤였는데, 이젠 그런 모습도 좋아 보이더라고요. 어른들이 말하는 젊음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그 젊은 생기 어림은 어쩌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고요. 그 생기 어림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로, 부모님께 사진을 찍어 드리면 '아, 내가 이렇게 늙었었나?' 하시며 충격을 받으시더라고요.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는 기회가 참 드물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어쩔 수없이 다가오는 나의 나이 듦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나중에 훗날 나에게 아이가 생겼을 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너를 만나기 전까지 엄마는 이러한 시간들을 보내왔다고. 아직은 나의 나이가 삶의 결을 담고 있을 정도의 나이는 아니지만, 한 해 두 해가 지나가면서 내 얼굴에 담긴 이야기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시간이 오겠지요.
결론을 내리자면, 나이 들어감에 대해 불안해 하기보단 그 이후에 기다리는 아름다움을 기다리고 고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얼굴에 담긴 세월의 흔적이 만든 나의 모습과 이야기들 조금 더 타인을 포용하는 이해 등 시간이 만든 우아함을 감사해하고 스스로 사랑스럽게 여기고 싶어요. 이를 위해 2018년부터 매년 말일 나의 변화하는 시간을 기록하겠노라 다짐했습니다. 벌써 한해가 넘어간지도 2개월이 넘었네요.
Plan & Styling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화장이나 꾸밈을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모습이든 촌스러울 것이라 생각했어요. 다만 촌스럽지 않는 것들이 있죠. 자연 그대로의 모습. 물론 촌스러워 보이는 것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만 굳이 따지면 그 나이가 가지고 있는 '날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과한 노출 그런 것 말고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많이 꾸미지 않은 나의 모습 말이에요. 스타일링도 간단하게 헤어만 손질하고 피부 표현만 조금 신경 쓴 채로, 뷰러만 올리고 촬영했어요. 반 민낯을 연출하려고 했답니다. 옷 역시도 오프숄더 원피스를 입고, 윗부분을 찍어서 최대한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혹은 흰 티셔츠, 흰 셔츠 등으로 시대에 상관없이 가장 베이직한 아이템으로 입고 찍고자 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레퍼런스를 찾았지만, 혹여나 초상권 문제가 있을까 봐 글로만 남깁니다.
Photo & Location
이런 취지를 잘 이해하고 동시에 가까운 곳에서 나를 조금은 알고 있으며 서로 대화하며 장난치듯 내 나이에 맡게 작업할 수 있는 사람을 고민하다가 우연히 대화하던 동규 작가님이 자원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자연광을 가득 만끽할 수 있는 로케이션 후보군을 서치하다가, 미드레벨 스튜디오로 골랐어요. 광흥창역에 있습니다. 조그마한 공간이지만 관리가 여느 스튜디오에 비하여 뛰어납니다. ROOM B를 예약했으며, 안에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거나 그렇진 않지만,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햇살이 가득 들어온다면 오케이인 걸로 :)
Output
MAIN, A CUT
CONCEPT CUT
참고로 위의 사진은 저희 어머니의 최애사진이 되었습니다.
어른스러움, 아직 남아있는 생기 어림을 모두 표현하기 위해서 최대한 릴랙스하고 편한 상태에서의 장면을 담았습니다.
Comments of this project
저에게 있어서는 매우 유의미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몇 번의 화보 촬영 기회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오롯이 저만 찍은 경험은 해외 스냅 말고는 처음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화보 디렉팅을 꽤 긴 시간 봐왔기에 수월하게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나이 듦이 매년 지난다 해서 가파르게 변화하진 않겠죠. 부디 제가 매해 이 시간을 잊지 않고 기록해두길 바랍니다. 10년, 20년 뒤의 나의 모습을 기대하면서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기 위한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화두의 Love yourself의 한 결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