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공인 차트 분석가 자격증 취득을 기념하며
2021년 9월 25일 자로 공인 차트 분석가 자격증(Human Design Analysis Certificate)을 취득했다. 이는 대기업 직장 경력 14년 차가 되던 해인 2013년 11월 30일 「휴먼 디자인 국제 공인 워크숍, Living Your Design」을 통해 휴먼 디자인을 처음 만난 지 햇수로 9년 만이고, 2016년부터 정식으로 휴먼 디자인을 진지하게 공부한 지 햇수로 6년 만이다.
휴먼 디자인과의 첫 만남은,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직장 생활에서 회의감과 무력감을 느끼며 하루하루 버텨가는 게 최선이었던, 직장에서의 생존 말고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을 정도로 나 자신을 잃어가며 미련스럽게 직장에 나 자신을 바치고 있던 나 에게 '자기 자신다움'이란 게 무엇인지, '자기 자신'으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알게 해준 고마운 선물이었다.
이 자격증 취득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순수한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휴먼 디자인이라는 낯선 지식을 진지하게 만나온 날들에 대한 일종의 과실인 듯하여 개인적으로 매우 뜻깊다. 어쨌든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애널리스트 훈련 과정(Human Design Analyst Professional training)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성실하게 마무리했다는 증서이기도 하니 말이다.
휴먼 디자인을 공부하는 동안 끊임없이 대뇌인 한 가지 핵심 질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떠오르고 있다. 그 질문은 이것이다.
'이 도구는 과연 진실한가?'
2016년부터 휴먼 디자인을 진지하게 공부하고 파고들면서부터 난 늘 불안했다. '이 도구는 과연 진실한가'에 대해 나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난 마치 OX 퀴즈처럼 '진실하다' 또는 '진실하지 않다'라는 정답을 찾고 싶었나 보다. 왜 이렇게 진실 타령을 그리하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에게는 그저 진실 여부가 중요했고 간절히 알고 싶었다.
우연히 작년 말쯤 운이 좋게도 어떤 귀한 분을 알게 되었다. 난 그분께 물었다. '이 도구는 진실합니까'. 그분은 마치 (우리가 아는 단어로 굳이 표현하자면) 현자와도 같은 느낌을 풍기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전후 맥락을 고려해서 어디서도 듣지 못할 정말 귀한 지혜의 말씀을 많이 들었지만 핵심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세상의 모든 도구들은 어느 정도의 진실을 전한다. 지금의 당신에게 필요한 만큼 당신이 다룰 수 있을 만큼의 도구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은 기쁘게 쓰면 된다. 또한 모든 도구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으므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이 바로 '진실'이다. 그 도구를 대하는 그토록 진실한 태도가 바로 당신이 그 도구를 쓸 때 혜택을 받는 자에게 전해지는 진실의 정도다. 그리고 어느 시점이 되면 놓게 될 수도 있다. 그 시점까지는 감사한 마음으로 쓰면 된다"
앞으로 휴먼 디자인이든, 그 다른 어떤 도구를 대할 때든 흔들리지 않을 이정표가 되어준 정말 귀한 말씀이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실험실에서 가설을 검증하는 진지한 과학자처럼, 지금의 내 수준에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태도' 자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 요소임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는 OX퀴즈에 정답을 맞히려 혈안이 되기보다, 지금 현재 내게 인연이 된 것들을 보다 열린 편안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정말 그 현자와도 같은 분의 귀한 말씀처럼, 어느 순간이 되면 이 도구를 놓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주가 진화하고 지구가 움직이듯, 나 또한 움직이고 성장하며 진화해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지금의 나보다 어느 순간 훌쩍 커 버린다면, 과거의 내게 그토록 유용했던 지금의 이 도구가 미래의 내게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초등학교 때 앉았던 의자가 지금의 내게는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작아 앉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 도구는 진실한가' 다음으로 스스로 던진 질문은 '이 도구는 유용한가' 였다. 물론 진실은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우리들의 실제적인 삶의 현장에서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것 또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휴먼 디자인이 말하는 수많은 내용들 중에, 만일 자신에게 핵심적인 아주 작은 단서 하나를 발견해서 삶이 이해되어 수용할 수 있게 되거나, 미처 인식하지조차 하지 못하면서 오래도록 묵혀둔 어떤 오해와 무지가 해결되어 결정적인 고통 하나를 해소할 수 있다면, 그것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유용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엄청난 정보가 말 그대로 홍수처럼 범람하는 시대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때에 무엇이 진실인지를 찾고 싶은 것이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고, 동시에 무비판적으로 무언가를 쉽게 믿고 잘못된 정보의 오염으로 균형 감각을 잃기 쉬운 연약함 또한 우리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이라면, 어떤 것에 대한 지나친 신념과 지나친 독단주의의 위험성에 대한 경계,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수용할 수 있는 자유롭고 열려있는 과학적 태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는 것 같다.
천재적인 과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말한 것처럼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단 한 가지는 '불확실하다'는 사실뿐인 상황에서, 이러한 태도야말로 '진실'을 향해 걸어갈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휴먼 디자인이든 또 다른 어떤 지식이든 함부로 맹목적으로 믿지 말고 그 패턴을 삶 속에서 '실험' 해보며 스스로 '검증'해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요즘 들어 인생은, 삶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각자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퍼즐 조각을 집어 들고 하나 둘씩 맞춰가는 퍼즐 조각 맞추기와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이 마치 게임과도 같이 여겨진다.
지금의 나 역시, 나만의 그림을 그려나가기 위해 퍼즐 조각 몇 개를 집어들고 좌충우돌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가끔 그 퍼즐 조각들이 제 위치에 모두 맞춰질 때 내가 어떤 모습일까를 그려본다. 지금은 아주 희미하고 막연한 수준이지만,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 생을 즐기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쨌든 국제 공인 휴먼 디자인 챠트 분석가 자격증을 취득한 기념으로 그동안 순수한 열정으로 성실히 공부해 온 나 자신에게 축하한다고,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인연이 되어 만난다면 다른 어떤 것도 열심히 만나보고 체험해 보고 싶다.
본디 우리의 영혼은 이 지구상에서 미치도록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무한한 기쁨을 누리기 위해 이 지구에 자원해서 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 우리의 영혼은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다가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러 온 것이 아니다.
앞으로는 우리 모두가 이 수수께끼와도 같은 인생이라는 퍼즐 조각 맞추기 게임을 보다 신나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