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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Feb 25. 2021

낫셀프 세상에서 낫셀프는 낫셀프끼리 만난다

[파트너십]04. 관계의 덫  ①

■ 우리 관계는 무엇이 문제일까 

 

우주의 모든 것은 '움직임'이다. 우리 인간 역시 공간 속을 움직이는 물제(moving object) 다. 인간은 본래 움직이면서 누군가와 연결되도록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공간 속에서 누군가를 항상 만난다. 


그리고 살면서 누군가와 교류하는 일은 우리들에게 언제나 아주 중요한 일이 된다. 결국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장 큰 행복과 고통을 가져오는 것은 타인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범한 우리들은 배우자, 연인, 상사, 친구, 동료와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고 잘 지내기 위한 것이 지상 목표인 듯 매일매일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사랑, 믿음, 신뢰로 시작했던 관계 속에서 좋은 기억은 잠시일 뿐, 시간이 흐를수록 결코 지울 수 없을 것 같은 고통, 상처로 인해 조금씩 지쳐가고, 급기야는 아무도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리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이 세상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몇몇 특정한 믿음과 생각들은 우리들의  삶을 더욱 괜찮지 못하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예를 들면  관계는 어때야 한다는 생각, 사랑은 어때야 한다는 생각,  남자는 또는 여자는 어때야 한다는 생각 등이 그것이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이러한 생각에 깊은 영향을 받게 되고, 이는 어김없이 관계상의 고통, 위기를 가중시킨다. 


막장 드라마로 대중의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사랑과 전쟁>은 결국 선정성 시비와 많은 논란으로 그 끝을 고했지만,   우리들은 여전히 분노, 좌절, 씁쓸함, 실망으로 가득한 막장 드라마를,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찍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른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일이란 것이 이토록 녹록지 않기에, 시중에는 이른바 처세의 신을 자처하는 전문가들이 '상처 받지 않고 거절하는 법' '상사와 잘 지내는 법' '로맨틱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법'과 같은 비기를 세상에 공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관계에 대한 노하우를 입으로 달달 읊을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책에 쓰인 각본대로 움직이지 않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매번 속수무책이다.  


우리 관계는 무엇이 문제일까? 왜 상대방은 달라지지 않는 걸까? 우리 관계는 이제 회복될 수 없는 걸까?   


■ 낫셀프 세상에서 낫셀프는 낫셀프끼지 만난다

인간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알면 알수록, 애초부터 인간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취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식하게 된다.  그 근거는 수도 없이 많지만,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말할 수 있다.  



첫째, 인간은 기본적으로 유전적 긴박감(genetic imperative)에 내몰려 있는 존재다.


그만큼 충동적으로 관계를 맺기 쉬운 존재라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이러한 생물학적 충동으로 관계를 맺는 동안에도, 우리는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이것은 우리가 의식할 수 없는 몸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납득이 안돼도 몸은 끌려가게 되는 전적으로 무력한 상황에 매번 처하게 된다. 


둘째, 인간은 외부로부터 받게 되는 수많은 조건화(conditioning)에 취약한 존재다.  


조건화란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사회, 부모, 배우자로부터 오는 수많은 기대, 압력, 요구에 순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로, 진짜 나의 모습(true-self)을 잃어버리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조건화로 인해  원래 개성 넘치던 독특한 내 모습을 잃은 대가로 모두가 쌍둥이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살게 되는 현상을 '균질화'라고 하고, 이렇게 균질화된 세상에서 자신의 진짜 본성대로 살지 못하는 상태가 낫셀프(not-self) 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살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가 관계 속에서 겪는 수많은 어려움이나 고통에 대한 솔루션 역시, 여전히 부지불식간에 이 세상이 요구하는 방식 속에서 찾게 된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너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며 상대방에게 상대방이 아닌 모습을 계속 강요한다. 그런 상대방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당사자는 상대방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를 때까지 기꺼이 그 요구에 부응하는 존재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결국 아무도 그 역할들을 해낼 수 없는 탓에, 서로에게 끊임없는 원망과 분노만 쌓이게 된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처럼, 낫셀프 세상에서 낫셀프는 낫셀프끼리 모여서 낫셀프를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낫셀프끼리 맺어진 관계의 덫 속에서, 우리는 점점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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