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과 이별하는 일 D-6
대체 처음으로 플랏 아이언을 발견한 네이버 블로거는 누구일까. 한국에서 놀러 오는 친구들은 저마다 방문해야 할 레스토랑 리스트를 가져오지만 그중에는 꼭 플랏 아이언이 있다. 맛집을 검색해왔다며 플랏 아이언에 가자는 친구들의 말에 핑계를 대며 거절하는 것도 곤욕스러울 정도로 플랏 아이언은 늘 네이버에서, 구글에서 '런던 맛집'으로 정령처럼 떠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플랏 아이언이 런던 맛집이라는 데에 반기를 든다. 플랏 아이언의 스테이크는 10파운드라는 그 가격에 딱 맞는 맛과 사이즈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정말 맛있는 스테이크를 찾아서 먹고 싶다면 오히려 구글맵에 steak라고 쳐서 구글 리뷰가 높은 곳으로 가는 게 훨씬 성공률이 높다. 플랏 아이언은 한국의 가게로 치면 홍콩 반점이나, 새마을 식당 같은 느낌이다. 가격과 맛이 그런대로 잘 맞아떨어져서 인기가 많긴 하지만 딱히 외국에서 온 손님을 데려가고 싶거나, 여행까지 와서 먹고 싶은 맛은 아니다.
물론, 여행객 입장에서는 정보가 얼마 없기 때문에, 블로거들의 추천 레스토랑이 진짜 맛집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유명하고, 맛있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고 덩달아 리스트에 넣게 된다. 그러다 보면 관광객만 가는 버거 앤 랍스터나, 플랏 아이언 같은 곳들이 꼭 끼게 되는 것이다. 맛과 서비스에 있어 문제는 없지만 딱히 기억에 남을 훌륭한 맛집은 아닌 곳들. 이 두 곳을 방문한다고 뭔가 여행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정보의 한계 때문에 런던 까지 와서 남들 다 가는 곳만 가보고, 아는 것만 먹어보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는 이민자가 워낙 많아서, 영국 음식보다 해외에서 건너온 음식이 더 많다. 그리고 영국인들도 외식할 때는 피시 앤 칩스나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보다 외국 음식을 더 자주 먹는다. 아무래도 인도를 식민지 국가로 삼고 이것저것 약탈해와서 인지, 인도 음식도 많이 먹는 편이고 유러피안, 아시안, 북미 음식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영국은 음식이 맛없다는 편견이 있지만, 영국에도 맛집은 존재한다. 영국 전통 음식이 맛이 없을 뿐, 런던에서 영업을 하는 레스토랑은 맛이 없어서는 여긴 살아 남기 힘들다. 런던 내 맛집을 찾는 가장 빠른 방법은 본인이 갔던 음식점 중 맛있었던 곳을 구글맵으로 들어가서 아래에 함께 떠있는 추천 장소를 방문하는 것, 혹은 위에도 소개했듯 먹고 싶은 음식을 직접 구글 맵에 치는 것이다. 음식 메뉴 옆에 장소도 함께 치면 더 세분화된 검색 값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Shoreditch Pasta, Soho Steak 이런 식으로.
영국에서는 구글맵이 굉장히 활성화돼있기 때문에 구글맵 리뷰가 좋은 곳은 믿고 가도 되는 곳이다. 음식명을 쳤을 때 상위에 랭크되는 구글맵 별 4.3개 이상 음식점들은 대부분 실제로도 훌륭한 곳이다.
또 다른 맛집 분간 법은 구글 맵에서 on these lists 란에 기사(article)가 있는 가게인지를 보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태국 음식점을 예를 들어보겠다. On these lists에 보면, 이 곳은 hot-dinners.com, the travel.com, theinfatuation.com 등에서 이 식당의 음식에 대해 기사를 썼다. 대충 제목을 훑어봐도 부정적인 제목은 없으므로, 에디터들이 기사까지 쓴 훌륭한 맛집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여행하면서 먹는 계획만 짤 수 없기 때문에, 먹는 건 다소 네이버 블로거나 구글에 나오는 내용에 의존하게 된다는 걸 익히 알고 있다. 나도 여행할 때, 걸어 다니고 다른 일정 생각하다 보면 만사가 귀찮아져서 아무 데나 들어갈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우리는 손가락만 몇 번 두드리면 맛집을 찾는 게 너무나 쉬운 스마트한 시대에 살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구글 맵으로 손가락을 옮기는 수고만 조금 더 하면 맛집 리스트가 훨씬 풍요로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