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아책방 Dec 03. 2020

나는 사주를 보지 않기로 했다


나는 점이나 사주, 철학관의 이야기들을 믿지 않는 편이다. 당장 내일 일어날 일도 예측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그걸 미리 알고 행동을 하고 미래를 바꿔보려 할 수 있을까. 과학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종종 신점사주나 철학관 사주의 말들을 들으면 제법 그럴 듯하다. 사람들의 점보고 난 후의 후기를 들으면 재미도 있고 나의 운명, 미래도 궁금해서 보러 갈 법도 하지만 결국은 궁금하기 까지만 하고 끝난다. 더 이상 나를 자극하진 않는다.      



어느 누구는 나에게 ‘네가 인생에 대해 크게 걱정과 고민이 없어서 그래’라고 하기도 했지만, 나라고 고민이 없었겠나. 스무 살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 힘들고 괴로웠던 경험도 무수히 많았다. 사주를 안 믿는다고 하는 지금의 나도 과거엔 툭하면 사주 보러 다녔었다. 연 초에는 연중행사로 늘 보러갔었고 그 외에도 무슨 큰일이 생기거나 어떤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때도 보러 갔었다. 용하다고 하는 곳에도 3개월 전에 미리 예약해, 보러 간 적도 있었다. 또 한 두 번보고 잘 맞았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몇 번을 다시 가기도 했었다. 지인을 통해 족집게처럼 잘 맞춘다는 분의 연락처를 알아놨다가 전화로 사주풀이를 본 적도 있었다. 보고 나면 가장 먼서 ‘아’ 하는 깊은 탄식과 함께 묵은 스트레스가 풀려나가면서 머릿속이 맑아진다. 그리고는 다음에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은지 대강 길이 잡히고, 웃음이 난다. 미리 내 길을 알아서 다행이고,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아서 더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사주 보길 잘 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랬던 내가 한 순간에 사주보기를 끊었다. 

어떤 큰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갑자기 어떤 한 생각이 들었었다. 내가 이 사주보는 것에 제법 많은 돈을 들였었다. 내 앞날을 잘 이야기해주고 주의 해야 할 것도 알려줘서 좋았기도 한데, 다시 생각해보면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은 이미 내가 알고 있거나 단번에 말할 수 있는 답은 있었는데 내가 인정하기 싫어하기도 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점쟁이가 어떤 말을 하던 간에 내가 아는 것 중에 하나를 말하는 것이기에 더 특별할 것도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 어느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자 했었고, 도움을 줄 사람이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 하나로 타인의 말을 더 믿으려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쟁이든 철학관의 사주 보는 사람이든, 나나 우리 모두 인간이기에 미래를 예측하긴 불가능하다. 설사 안다고 한들 변수가 많은 것 또한 인생이라 미래를 향한 길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무엇을 시작할 때 할지 말지 여전히 고민을 엄청나게 하지만 진짜 하려고 했을 때 망설여지면 하지 말자, 혹은 하고 난 다음 그때 후회하자 라고 스스로 결론지어 버렸다. 또 어떤 나에게 힘든 일이 닥쳤고 이 어두컴컴하고 미치도록 힘들어도 나는 죽지 않고 내 자리에서 내 것을 하며 살아 있고 언젠가는 끝이 보이리라 믿기로 했다. 이런 많은 과정에서 분명 남은 교훈이 있기 마련이고 나는 그 틈에서 어느 샌가 성장하고 있었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누가 내 미래를 가지고 왈가왈부 하겠나, 나는 사주보는 대신 나를 더 믿기로 했다.     



친정엄마가 사주보러 안가냐고 물어보셨다. 이제 더 이상 안 간다는 나의 말에 엄마 적잖이 놀라셨다. 

“돈을 너무 줬어. 돈이 아까워서 이제 사주 보러 안 가려고.”

철학관, 점집에 주는 돈, 이제 나한테 더 쓰기로 했다. 그 돈이면 책을 살 수 있고 커피를 몇 잔 더 마실 수 있는지 생각만 해도 행복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냉장고를 지키는 터줏대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