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인재경영 : People / Talent Management
인사를 연구하거나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 "인사가 뭐야?"라고 물어보는 것은 상대를 당황하게 합니다. "인사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정중하게 물어보는 면접위원도, 정작 본인은 제대로 된 정의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가 보통이죠. (저는 이를 무의미한 갑질로 봅니다.) 그만큼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오랜 경험과 깊은 사유, 그리고 소위 개똥철학도 필요해요. 고민 여부와 관계없이 여러 경험과 학습을 반복하고 전문가와 주위 견해에 비판 없이 장기간 노출되면 무의식에 나름의 정의가 저장되고, 이는 부지불식 간 업무 수행에 영향을 미칩니다.
보통 인사를 HR이라 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HR은 'Human Resources' 약자로, 아래 내용을 뜻해요,
- 조직, 기업, 경제를 이루는 인적자원
- 개인 지식, 스킬, 역량 총체를 일컫는 인적자본
- 인력 (Manpower), 직원 (Personnel) 등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자주 쓰는 HR은 인사를 뜻하는 용어가 아닙니다. HRM (Human Resources Management) 이 보다 적합한 표현일 수 있어요. 하지만 HR과 HRM 진의를 안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집니다.
20세기 초만 해도 Personnel Administration (직원 관리)라는 용어가 일반적이었는데요, 세기 중반 이후 경제학자 J.Commons 가 만든 HRM 이 중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조직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자.’라는 차원으로, 인간을 '조직성과를 위한 수단'으로 공식 간주하기 시작한 것이죠.
미국 인사관리 석학인 Nebraska 대학 L.Mathis 교수가 정의한 내용 또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HRM is designing management system to ensure that human talent is used effectively and efficiently to accomplish organizational goals.'
우리나라에서 이 HR, HRM은 20세기 말 연봉제 도입과 함께 일반화되었고, 이미 사용하기에 너무 자연스럽고 폼 나는 용어가 되어 버렸어요. (다행히도 최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People Managemet, People &Culture 등 용어가 사용되고 있어요.)
앞으로 HR 대신 원래 쓰던 '인사'(人事)라는 용어를 그냥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인사관리'라고 칭해도 되나, 인사라는 용어만으로도 충분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를 '조직 내 사람의 마음, 역량을 관리하는 모든 행위' 라 정의할게요. 한자에 담긴 의미처럼 '조직 내 사람과 관련된 일'로 넓게 정의하되, 성과를 명시적으로 강조하지는 않으려 해요. 마음과 역량이 최적 수준이면 성과는 부차적으로 따라올 것이라 믿습니다.
인재경영 (Talent Management)이라는 용어도 추천합니다. 인간을 성과 창출을 위한 수단과 자원으로 보지 않고, 관심 대상 혹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고유한 '인재'로 보려는 관점입니다. 통제가 아닌, 자율성과 성장을 강조하는 시각이에요.
"인사란 무엇인가?"를 항상 자문하는 사람, 본인의 정의를 내리려는 이가 전문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인사전문가가 되고 싶으세요? 사람을 존중하는, 조금은 사람 냄새나는 인사담당자가 되고 싶나요?"
그럼... 먼저 회사 HR 팀을 인사팀, 인재경영팀으로 바꾸자고 용기 있게 제안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사원, 직원도 구성원으로 불러요 우리. 같은 조직에서 노동하는 사이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