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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zza Jan 05. 2021

일 잘하는 당신이 욕 먹는 이유

인정에도 균형이 필요합니다.


사람을, 사람 마음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 마음을 알아주는 것입니다.
설사 남에게 비난 받는 사람이라도
 심정을 정말  알아주는 이라면...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인지상정이죠.




조직 내 사람 마음을 얻는 방법은 '그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다릅니다.


  조직 내 사람 마음을 얻는 방법은 일반론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인사담당자로서 일을 잘하면, 인사 팀장과 임원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상사가 가지고 있는 '성과를 내고 싶다, 내야 한다.'라는 마음을 결과적으로는 알아준 것이 되기 때문이죠.


  내부 구성원 마음을 얻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널리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회사 내 여러 단위 조직 구성원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기본으로 요구되지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이슈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그대 성과는 구성원에게 중요하지 않아요.


  인사부서에서 “그 친구 일 참 잘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은, 본인이 인사 업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쉬워요. 인사 각 기능이 지향하는 표면 성과에 매몰되는 것이죠. 특히 인사제도를 기획하는 담당자의 경우, 경영진 지시사항을 바탕으로 트렌드와 이론을 버무려 소위 ‘작품(Masterpiece)’을 설계한 후 우쭐했던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거예요. 하지만 구성원은 인사담당자 성과인 '신 인사제도 기획, 우수인재 채용, 성과관리 프로세스 개선'에 관심이 없어요. 중요한 것은 ‘지금 내게 관심이 있는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가, 나를 이해하려 하는가, 애로사항과 문제를 해결해 주는가, 최소한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는가?’ 에요. 제도 기획, 운영에 있어서도 ‘내 의견이 반영되는가, 내게 유익(Merit) 있는가’가 우선입니다. 기업이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고객이 해결하려 하는 과제(Customer-Job-To be done)를 처리하지 못하면 선택받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죠.


  돌아보면, 저 역시 인사 기획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아도취에 빠져 있던 적이 있었어요. 상사 입맛에 맞게, 보기 좋게 포장한 보고서를 만든 후. 흡사 잘 지은 건물을 보며 흐뭇해하는 건축가처럼. 경영진 지시사항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명목 하에, 구성원 의견과 관점을 충실히 담지 못했어요. 더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자면, 이를 담는다면 과제를 마무리할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체념한 부분도 있구요. 경영진으로부터 인정을 받았지만 작품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이후 인사 운영, 노무 관리 업무를 하면서 구성원과 부대끼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균형을 조금 찾을 수 있었어요.




일 잘하는 그대가 외부에서는 지탄 대상, 공공의 적이 되기도 하죠.


  인사담당자로서, ‘일을 잘할 것인가, 성과를 낼 것인가?’, ‘구성원을 두루 만나 생각을 반영하고 마음을 헤아려줄 것인가?’라는 물음은 ‘인사 내부에서 인정받을 것인가? 외부에서 인정받을 것인가?’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아요. 인사 내부에서의 인정을 갈구하다 보면 '회사/경영진 앞잡이,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자, 차갑고 재수 없는 사람'이라 불릴 수 있어요.




인정에도 균형이 필요합니다.


  국내 커뮤니케이션, 코칭 전문가 The Lab H 김호 대표는 “성공은 타인이 내 성과를 얼마나 인정해 주는가에 달려있다.”라고 말합니다. 인사담당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진, 소속 부서 외에도 구성원이 인정하는 성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제도와 기준을 만들고 정비할 때 구성원 의견을 널리 충분히 듣고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다양한 구성원을 만나 소통해서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필요하고요. 한 번의 만남과 소통을 통해 나라는 사람과 나의 고민을 느낀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내 입장을 대변해 주는 이가 되었던 것을 저는 많이 경험했어요. 역할이 아니라 관계로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성과는, 그것이 조금 부족해도 인정하게 돼 있어요. 반면 그냥 미운 사람의 성과는 쉽게 인정하기 힘든 법이죠. 물론 큰 조직에서는 많은 구성원을 다 만날 수 없는 노릇이고, 제도와 기준을 구성원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설계할 수는 없어요. 쉽지 않습니다.


  '안에서 핵심인재로 인정받으면서 밖에서도 충분한 지지를 받는 것' 은 물론 어려운 미션입니다. 경영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인사담당자는 열심히 일 하고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추구할수록 구성원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 쉽습니다. 바쁜 만큼 여러 구성원과 진심 어린 소통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할 수 있어요.


  그래도 구성원 없이 인사담당자도 없다는 진리를 항상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월급 주는 사람은 사장님과 상사이고, 월급을 만드는 사람은 구성원이라는 것을요.







P.S)

  "균형 잡는게 제일 힘든 일 중 하나에요. 그냥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싶은데, 무엇을 택해야 할까요?" 라고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것에는 균형이 필요하지만, 제게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내부를 선택할 겁니다. 내부에서 인정을 받아야 일단 영향력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기죠. 안정적 입지가 생기게 돼요. 제한적이지만, 구성원을 대변하면서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을 사용할 수 있어요. 구성원이 많이 힘들 때 제대로 도와줄 수 있어요. 가정에서 가장이 인정받고 행복해야 하는 것처럼, 몸 담은 조직에서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에요.


  참고로 내부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반면 외부 인정을 많이 받는 사람은, 보다 인정받을 수 있는 곳(Shopping for Confirmation)을 찾아 옮기게 되는 경우가 많답니다. 본인을 인정해 주는 정서적 안식처로 떠나는 거죠. (친한 부서장이 있는 곳이나 원래 본인 출신부서로 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다른 부서에 아는 사람도 많고 일을 열심히 잘 해 와서 주위 평판이 좋다면, 거처를 옮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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