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집이 있는 텍사스로 이사했다
5월 19일.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한 달 전, 우리 가족은 꿈의 캘리포니아를 1년 만에 뒤로하고 텍사스로 향했다. 아름다운 날씨를 두고 떠나는 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땅에 대한 기대가 더 커서 발걸음은 가벼웠다.
가벼운 맘으로 출발은 했다만, 역시 이놈의 미국 땅 크기는 장난이 아니었다. 구글 맵이 알려주는 길을 따라 최소 30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거리였다. 나와 아내는 괜찮지만(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29개월 된 딸아이가 그 먼 길을 잘 따라와 줄지 걱정이 컸다.
아이가 차에 앉아있을 수 있는 하루 최대 시간을 8시간(오전, 오후 각 4시간)으로 잡고 일정과 동선을 짜 보니 딱 3박 4일짜리 계획이 세워졌다. 호텔은 그날그날 이동 거리에 맞춰 대강 잡았다. 막상 이동해보니 아이는 꽤나 잘 버텨줬는데 운전하는 내가 예상보다 힘들었다. 아내와 교대로 운전하면서 꾸역꾸역 도착하긴 했지만, 다시는 미국에서 이렇게 이사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말만 이사지 이민에 가까운 큰 일이다). 이사 가기 싫어서 이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텍사스에 눌러앉을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천만다행으로 지난 한 달간 겪은 이곳 달라스 텍사스는 여러 면에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캘리포니아를 떠난 아쉬움 따위는 이미 다 사라져 버렸고, 아내와 나는 매일 "여기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중이다. 조금 덥긴 하지만 아직은 견딜만하고(재택근무를 하는 내 입장에서는 더우면 안 나가면 그만이다), 한국의 숨 막히는 습한 더위보다는 덜 살인적이다. 물론 이제 겨우 6월 중순이라 7-8월 더위가 어떨지는 겪어봐야 하는 문제다.
첫날 딱 하고 도착했을 때부터 느낀 이곳의 장점은 깨끗한 도로와 주거 및 상업시설들이었다. 우리는 새 집이 지어지는 동안 임시로 프리스코Frisco에 위치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살기 좋은 신도시로 유명한 만큼 편의시설이 정말 많고 모두 다 깨끗하다(미국에서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신도시 느낌). 모든 게 낡디 낡은 캘리포니아 베이지역에서 건너오다 보니 어딜 돌아봐도 쾌적하고 상큼한 이 느낌이 참 좋다.
아파트도 우리가 첫 입주자인 신축 아파트라 깔끔하고 편리하다. 낡아서 모든 게 하루가 멀게 고장 나는 캘리포니아 아파트와는 차원이 다른 쾌적함을 제공한다. 가장 큰 충격을 선사한 건 바로 쓰레기 수거 서비스. 매일 저녁 6시 이후에 집 앞에 쓰레기 봉지를 잘 묶어 내놓아두면 8시쯤에 아파트 관리 직원이 일일이 모든 층을 돌면서 수거해간다. 이건 정말이지 문화 충격이다. 이 밖에 빨래 수거/배달 서비스, 애완동물 산책 서비스, 택배 서비스 등도 제공하는데 쓰레기 수거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 모든 편의성을 다 제공하면서도 월세는 캘리포니아의 60% 정도에 불과하다니, 이곳이 마음에 들 수밖에.
아이들을 위한 인프라도 너무 좋다. 우선 더운 날씨 때문에 일반적인 놀이터보다는 Splash pad라 불리는 워터파크 비슷한 놀이터가 많다. 이게 진짜 공짜 치고는 퀄리티가 너무 좋은데, 거의 5-10분 간격으로 위치해 있을 정도로 흔해서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아래 사진은 오늘 처음 가본 곳인데 높은 곳에서 시차를 두고 쏟아지는 물의 스케일이 거의 캐리비안베이 수준이다. 신기해서 나도 그냥 들어가 아이와 같이 놀았다. 그냥 동네 놀이터의 클래스.
이런 공용 놀이공간 말고 레고랜드라던가 기타 테마파크들도 인구에 비해 참 많은 것 같다. 뭐든 구글 맵에 찍어보면 거의 있다고 생각하면 되고 심지어 거리도 대부분 30분 내외로 접근 가능한 곳들이다. 어제는 아빠의 날을 맞아 내게 자유시간을 주겠다며 아내와 딸아이 둘이 아쿠아리움에 다녀왔는데 여기도 딱 30분 거리였다.
행복한 아이를 보며 아내는 자주 말한다. 우리 딸이 부러울 정도로 여기 환경이 너무 아이들에게 좋은 것 같다고. 정말이지 부모로서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우리 이사오길 진짜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