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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다 Nov 14. 2020

중고차 구입 5개월, 타보니까 어때?

사실 중고차를 사면서 분명 여기저기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 6월 말경 중고차를 구입했으니, 11월 중순인 지금 5개월이 되어간다. 일수로 치면 150일 정도. 그 시간 동안 여러 일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별문제 없이 잘 타고 있다. 내 차는 폭스바겐 제타 2.0 TDI 2013년식이다. 일전에 쓴 글에서 중고차 구매까지의 과정을 소개한 바 있는데,


내가 중고차 구매 기준으로 삼은 조건을 간단히 정리하면


-주행거리 5만km 이하, 소유자 1명(1인 신조)일 것

-무사고 차량 대환영

 (부품 교체 없는 도색+공임 접촉사고까지는 OK)

-수입차는 공식 서비스센터 관리 차량일 것

-카바조(중고차 구매대행 서비스) 정비사의 검수를 통과할 것

-가격은 1500만 원 이하일 것     


대략 이 정도였는데, 조금 까다로워 보일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래서인지 차량 구매를 결심하고, 원하는 차를 찾고 또 기다리는데 3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됐다.


https://brunch.co.kr/@july3633/51

 

중고차 구매 후 처음 2주 정도는 상태를 파악할 겸 평일 출퇴근에 사용했다. 또 주말에는 편도 100km 거리 이하 가까운 근교로 주행하며 내 몸에 익히고자 했다. 폭스바겐 목동 마이스터센터에서 정기점검을 받고 일부 소모품을 교체했으며, 이전 소유주가 남겨놓은 바우처가 꽤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사용했다.      


이전 소유주가 약 7년 동안 이 차를 타면서 총 주행거리 5만km를 넘기지 않았는데, 계산상으로 연평균 7000km도 채 달리지 않은 셈이다. 가족의 세컨카로서 아이들 통학용으로만 사용했을 것이라는 내 추측이 아마도 맞을 듯하다. 어쨌든 중고차 구매 후 지출 내역을 보면,


-삼성화재 다이렉트 보험 가입 약 100만 원

  (운전경력이 있었음에도 보험료가 꽤 비쌌다)

-블랙박스+보조배터리 설치하는데 약 90만 원

  (이건 비싸게 주고 한 것 같지만...)

-타이어 마모가 심해서 전부 교체하는데 80만 원     


마음 같아선 공식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미쉐린 타이어를 신겨주고 싶었으나, 비용이 너무 쎈 나머지 집 근처 한국타이어 매장에서 국산으로 교체했다. 수입이 무조건 좋다고 보는 건 편견일 수도 있고, 또 교체하고 나서 지금껏 잘 달리고 있으니 만족하고 있다. 친절한 정비사님과도 안면 트고 친해졌으니 그것도 소득. 자잘한 정비나 간단한 소모품 교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약 5개월 동안 5000km 이상을 주행했다. 주말에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늘었고, 일부러 기차 대신 자차 지방 출장을 가기도 했다. 이 기간 서울 근교를 비롯해 강릉, 대전, 목포, 완도 등 원거리의 지방도 무탈하게 다녀왔다.      


물론 100%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가장 신경 쓰이게 만든 일은 구매 후 얼마지 않아 빗길 주행에서 일어났다. 통상적인 수준에서 브레이크를 밟는데, 그때마다 “끼익”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급정거도 아니었고, 막 출발해 시속 20km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디스크 마모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공식 서비스센터를 갔을 때, 문제없다는 결론을 받아 들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빗길만 나가면 간혹 크고 작은 소음이 나서 예의 주시하며 타고 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비게이션 업그레이드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전 차주가 출고 이후 한 번도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은 모양이다. 동해를 가는데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내비게이션 지도에 나타나지 않을 정도.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규정속도 변경과 같은 도로교통법 상의 변경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휴대폰을 거치해 카카오맵을 쓰는 중이다.      


그렇다고 내장 내비게이션을 무용지물로 놓아둘 수는 없었다. 폭스바겐은 ‘지니’를 내장 내비게이션으로 쓴다. 자체 업그레이드를 위해 자동차 설명서와 보증서를 펼쳤는데 시리얼 넘버가 빈칸으로 되어 있다. 지니 서비스 사이트에서 시리얼을 구매하려고 봤더니 상당히 큰 비용이 든다는 것을 보고 포기했다. 휴대폰 내비게이션을 쓰고 있어 당장의 불편함은 없지만 내장 디스플레이를 뜯어내고 튜닝이라도 해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이다.     


사실 중고차를 구매하면서 이런저런 사소한 문제점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또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는 후기를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데 있다고 할 수도 없고, 문제없이 잘 타는 게 당연하고 다행스러운 일 아닐까.      


아무튼 타이어를 교체하고, 에어컨 필터와 브레이크오일 등 소모품을 교체했지만 시기상 진행해야 하는 점이었기에 문제는 아니었다. 관리된 차량이었고, 무엇보다 사용이 많지 않은 차량이었다. 연식이 좀 됐기에 노후화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조기에 확인해 조치한다면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고차 구매를 두고 뽑기 운도 중요하다고 했는데, 내 안전을 오롯이 운에 맡길 수는 없지 않나. 다소 까다로운 구매 조건을 둔 점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아무리 지나치더라도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보다 낫다. 조금 늦더라도 구매를 서두르지 않은 점, 비용이 들지만 카바조 정비사님을 불렀다는 점 등은 만족스러운 중고차 구매 후기를 쓰게 만든 요소였다.

 

전남 목포와 신안을 잇는 천사대교 인근,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서 약 370km를 달렸다.


한 달 평균 약 1000km를 주행하는 나에게 적어도 주행거리 10만 km까지는 큰 문제없을 것 같다. 자동차도 소모품이라 사용하다 보면 여기저기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겠지만 그건 새 차를 샀어도 나타날 일이다. 자잘하게 교체해야 할 것도 있을 테지만, 엔진에만 문제없으면 그럭저럭 만족하며 탈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브레이크 소음이라든가 내비게이션 시리얼 넘버는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중고차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주며, 중고차 구입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돈이 많았다면 신차를 샀을 것이다. 다만 중고차라고 해서 무조건 걱정할 일은 아니며 거부감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말이 하고 싶다. 뭐든 내가 하기 나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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