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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플 Jul 23. 2022

루틴은 힘들어야 비로소 루틴이 된다.

생각소스 <나만의 루틴을 위해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요?> 답변

최근에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홈의 오프라인 공간에 다녀온적이 있다. 밑미홈은 ‘리추얼’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리추얼의 사례를 전시하면서 관련 용품, 책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출처 : 밑미홈 홈페이지


리추얼은 요약하면, 나에게 집중하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한 일터, 한 번 키면 몇 시간은 훌쩍 없어지는 OTT,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는 핫플레이스 등… 수많은 정보와 놀잇거리가 범람하는 현대사회에서, 세상에 휩쓸려 가지만 말고 나라는 바위를 단단하게 세우는 시간을 만들자는 취지로 보인다. 


비단 리추얼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은 각자만의 루틴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다만 몇 십년전까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슷한 루틴을 가졌었다면, 주52시간제로 워라벨이 보편화 되고, 여러개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초연결사회로 접어들면서 루틴 역시 다양화 되어가고 있다. 이말은 즉슨 우리는 '루틴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주말의 도파민은 월요병의 증상에 불과하다. 


주말에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항상 달고사는 말이 있었다. "벌써 내일이 월요일이라니." 몇 년 전 평범한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던 나 역시 알람시계처럼 일요일 오후만 되면 그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루틴이 좋은 감정을 주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평일의 루틴 

아침에 동일한 시간에 일어난다. 

준비를 하고, 운전을 하고, 사원증을 찍고 자리에 앉는다. 

그 날의 할 일을 순차적으로 처리해나간다. 

퇴근 후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거나 운동을 한다. 

유튜브나 OTT, SNS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주말의 루틴 

평일의 컨디션에 따라 늦잠을 잔다. 

약속에 나가거나 미뤄왔던 볼일을 본다. 

중간중간 유튜브 혹은 OTT, SNS으로 시간을 보낸다. 


돌이켜보면 "주말의 루틴 역시 나에게 좋은 감정을 주었는가?" 마냥 그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평일에 억눌러왔던 자유를 도파민을 뿜어대며 푸는 과정에 불과했다. 주말의 루틴 역시 평일의 루틴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루틴을 만든 것이 아니라 루틴은 만들어져 있었다." 




루틴을 만들기 위해 루틴을 깼다. 


이 루틴이 깨진 것은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1년 부터 였다. 나는 직무에 대한 고민과 기획에 대한 관심으로 '서비스 기획자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주1회 정도 교육을 받고, 하나의 서비스를 런칭하기 위한 스토리보드를 팀원들과 짜는 내용이었다. 주말의 하루 정도는 투자해야 했던 일이었다.  


다만,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지 직장에서의 과업도 많아지던 시기였다. 대외 이슈로 주말에도 일을 해야했던 터라 낮은 컨디션을 꾸역꾸역 끌고가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없으면 출근 전 카페에서 교육내용을 복습하거나 과제를 했던 것 같다. 


보통 '루틴'이라고 하면 긍정적이고 행복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어떤 셀럽처럼 우아하게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고, 캡슐커피를 내려먹고, 평화롭게 산책을 하고...21년 봄의 나의 루틴은 그와 같이 고상하지 만은 않았다. 몸(Physical) 측면에서 보면 마이너스(-)에 가깝다. 


그러나 그 루틴은 의도치 않게 트리거가 되어 지금의 내 루틴을 선물했다. 본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영감을 얻어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고, 22년 여름 현재, 원하던 스타트업에서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가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루틴은 힘들어야 비로소 루틴이 된다. 


최근에 생긴지 얼마 안된 나의 루틴도 마냥 고상하지는 않다. 


컨디션에 따라 일찍 일어난다. 

운전을 하면서 듣고 싶은 팟캐스트를 듣는다. 

업무 시작 전 이번달에 하고 싶었던 나만의 Task를 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업무를 한다.  

남는 시간에 가능하면 나만의 Task를 한다. 

업무와 Task를 위해,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한다 (주2회) 아니면 집에 간다. 

나만의 Task는 지인들과 스터디를 꾸려 강제성을 두고 주1회에 달성여부를 체크한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첫째, '듣고 싶은 / 나만의' 라는 단어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각오하고 왔지만 스타트업의 업무 강도가 낮지 않기 때문에, 이 루틴이 때로 힘들기도 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운전할 때도 부지기수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나만의 Task'를 하는 시간에는 솔직히 집에 가고 싶어 죽을뻔 했다.  


그러나 '내가 원해서 하는 일' 이라는 맥락이, 그 루틴을 하는 당일의 나를 행복하게 하지는 않지만 모든 과업을 하고난 일주일의 나를 행복하게 한다. (특히 Task를 지인들과 함께 의무적으로 설정하게 되니, 멘탈(Mental)이 몸(Physical)을 이기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물론 힘들긴 함.) 


둘째, 이 루틴으로 인해 내가 앞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려고 노력한다. 스타트업의 루틴은 Pressure로 가득하다. 그러나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내가 1년 후, 3년 후, 5년 후 어떤 것을 얻고 싶은지를 정의하고 입사했다. 역시 이 과정에서도 화가나고 짜증나는 일도 많다. 그러나 내 루틴으로 인해 얻는 것들에 집중하자라고 마음 먹으면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게 된다.  



프런의 CTO분이 한 유튜브를 통해 하신 얘기가 문득 생각이 난다.  


목표 설정의 목적은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다.
반면 시스템 구축의 목적은 게임을 계속해나가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목표 설정보다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개선하고 발전해나가는 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즉, 과정에 전념하는 것이 발전을 결정한다.
10kg를 뺄거야는 열정
나는 매일 10,000보를 거를 거야는 시스템
결국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 목표를 이룬다.


최근 내가 고민하는 부분은 이 루틴에 효과적인 휴식 방법을 배정하는 것이다. 이 루틴을 유지하기 위한 윤활유이자 또 다른 루틴의 일환이다. 만들어진 루틴을 벗어나 나를 위한 루틴을 만드는 일. 이 일을 위해 나는 기꺼이 힘듬을 감수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롱블랙 '철학으로 휴식하라'에서 발췌한 글을 남기며>


더 멀리, 더 크게 바라는 사람만이 인생을 더 고귀하게 만들 수 있어요. 

“스피노자는 우리에게 작은 욕망을 넘어 큰 욕망을 꿈꾸라고 말한다.” 


좋은 삶을 살아가려면 느껴지는 대로 느끼면 안 돼요. 

지금의 이 쾌락 혹은 고통이 삶 전체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따져야 해요. 

삶을 ‘지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위기를 이겨나갑니다.


우주는 거대한 섭리에 따라 흘러갈 따름이다. 내가 바란다고 우주가 가던 길을 바꾸지는 않는다. 

행복은 세상이 내게 주는 선물이 아니다. 

훌륭한 삶이란 슬픔과 고통을 기쁨과 보람으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이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책상에서 오래 버텨야 하고, 

날씬한 몸매를 원하면 배고픔을 반복하면서 운동의 고통을 평생 즐겨야 해요. 

에머슨은 말해요. “인간은 강과 나무보다 강해야 한다.”


흐름에 떠밀려 살지 말고, 고통을 견디면서 운명의 결을 타고넘으려고 애써야 한다는 말이에요. 

효용은 중요해요. 그러나 “스스로 자기 삶의 관찰자가 되어서 더 크고 너른 시선”으로 

무엇이 진정한 효용인지를 질문하는 삶은 더 중요해요.


반복되는 일에 중독되고 작은 성취에 홀리면 인생은 방향을 상실해요. 

호퍼는 한순간도 하찮은 일에 붙잡히려 하지 않았죠.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바라는 대부분은 소셜미디어나 상품 광고를 통해 주입받은 욕망이고, 

다른 이의 전시된 삶을 보면서 느낀 질투죠. 베냐민의 말처럼 “자본주의 판타지가 심어 준 꿈”이에요. 

호퍼는 이런 가짜 욕망에 중독되길 거부하고 가진 걸 모두 내던진 채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만들 수 있다”는 꿈을 자기 인생에서 실현하려 했어요. 


진짜 행복이 거기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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