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은, 순수의 시대
글을 쓰는 지금, 오늘의 새벽 3시는 조금 애잔한 마음이 드는 밤이다. 내가 애정 했던 곳이 사라지고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에게 새로운 분야의 창작을, 창작자들을 처음 알게 해 준 곳이었다. 충격이었다. 그리 많이 찾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서 애정하고 응원하고 있던 곳이었다. 허탈함과 안타까움과 아쉬움, 여러 감정이 뒤섞였다. 마지막으로 가보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좋은 장소,라고 기억에 남아있는 곳들이 이제는 정말로 과거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곳들이 되어 버렸다.
마음이 아려온다.
하나씩, 하나씩 추억이 있던 곳들이 사라진다. 그 장소에 존재했던 것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아무렇지 않게 그 자리에 다른 것들이 대신한다. 과거의 흔적으로 남게 된다. 누군가에겐 보물 같았던 장소들이 아쉬움을 뒤로한 채 묻혀 버린다.
이미 없어진 나의 보물 같았던 다른 곳들이 떠올랐다. 지금도 문득 생각나는 그곳들은 내 대학 시절부터의 청춘과 함께 했던 곳이었다. 종로 3가의 깊은 골목 속에 숨어 있는 필름 가게와 인디 영화관이었다. 나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 당시 가지고 있던 Nikon FM2 카메라는 나의 어떤 것들보다 소중한 것이었다. 나는 어디든 혼자 갈 수 있었고 항상 관찰하는 눈으로 주위를 바라보았고 즐거웠다.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은 항상 긴장되었고 설레었다. 온갖 종류의 필름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그곳을 발견했을 때 나의 놀라움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곳이 영원할 줄 알았다.
나의 성향과 취향과 분위기가 만들어지던 시기에 있었던 두 곳. 반짝반짝거렸던 내가 있었고 시간이 있었고 지금은 그리움이 남았다.
지금은 그 자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잘 모르겠다. 폐간판에 자물쇠로 문이 잠겨 있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좋은 곳들이, 더 이상 사라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물론, 어려운 바람이겠지만 그래도, 순수한 희망, 오직 그것 하나만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