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은, 순수의 시대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성격과 생각이 드러난다. 나 역시, 그 말을 굳게 믿고 있다. 20대에는 어린 나이와 예쁨으로 그것을 감출 수 있지만, 30대 이후부터는 얼굴에 그 사람의 인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내가 그동안 살아왔던 흔적들이 나를 말해주고 절대 감출 수 없고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한다.
몇 해 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 참 순수하다, 는 말을 들었다. 택시 기사님이었는데, 대화를 많이 나눈 것도 아니었고 그 짧은 순간 나의 얼굴을 보고 한 말이었다.
놀랬다. 솔직히, 놀랍고 신기했다.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내가 순수한가. 내가 순수하게 생겼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아직까지?
아직도?
라는 생각이 함께 따라붙었다. 여전히 내가 그렇게 보인다는 사실이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나 스스로, 계산적으로 변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순수와는 멀어진 나이에다가 이미 이런저런 많은 경험들을 해 봤기 때문이다. 거기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스러운 것도 있으며 그것은 결코 순수할 수 없는 경험이기도 하다. 나는 인생에 대해 많이 회의적이 되었으며 예전처럼 밝고 긍정적이고 희망에 차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내가 순수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일까?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조금은 방어하는 자세를 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만하거나 속임에 쉽게 당하는 이미지로 보일까 봐 겁을 먹었다.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면서, 나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나를 위하는 척하면서 의도를 속이고 본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를 종종 경험해 왔다.
여전히 의문이 든다. 순수하게 보인다,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무슨 이유 때문에, 나는 도무지 이유를 찾을 수 없는데 왜 나를 그렇게 보는 것인지도.
... 순수하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좋은 것일까 아니면, 남에게 약점을 잡히는 수단인 것일까?
시간이 많이 흘렀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가 지나면 어느새 훌쩍 지나버린 세월에, 여전히 나는 도망치고 과거를 붙잡고 싶어 할 것이다. 지금은,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해진다. 거울을 봐도 힘듦이 깃들어있는 표정이 보일 때도 있고 투명하지도 밝지도 않은 느낌이다.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아쉬워진다.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다.
... 여전히 나는 순수한 걸까?
... 지금은,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