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경한다

그래도 아직은, 순수의 시대

by 지하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시대, 혹은 로망과 동경의 시대가 있을까. 영화나 소설, 다른 매체로부터만 접할 수밖에 없는 과거의 시대, 그래서 더 궁금하고 매력적인 시대.


1930년대 경성, 모던보이 모던걸이 유행하던 시대. 그리고 카페 소사이어티의 시대.

1960년대 앤디 워홀, 비틀스, 롤링스톤즈, 모즈룩의 시대.

그리고,

18세기 말에서 19세기의 벨 에포크, 물랑루즈 파리.


나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시대다. 정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한 번만 살아보고 싶다. 궁금하다. 문화와 예술, 예술가들이 살아 숨 쉬는 그 활기 넘치는 시대는 어떤 분위기일까.


나는 동경한다. 재즈와, 현대적이지 않은 퇴폐적인 분위기, 예술을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들의 부흥기를. 카페나 바에서 시대와 예술을 토론하며 자신들의 세상을 논하고 싶다. 화려하고 몽환적이고 가끔은 우울하기도 한, 음울한 분위기 속에 함께 하고 싶다.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생각난다. 과거는 늘 마력이라는 인물에 공감 가는 내용이다.


2C992560-BEAE-41B1-8600-20AFE894EC7A.jpeg 처음이자 마지막, 나의 유화그림


여기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돼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 속의 황금시대. 현재란 그런 거예요, 늘 불만스럽죠. 삶은 원래 그러니까.


동경했던 벨 에포크, 과거로 돌아간 여자에게 남자는 현재로 다시 돌아가자고 말한다. 이곳이 현재가 되면 현재와 같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과거 시대에 남기로 한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동경하는 것은 현실 도피를 하고 싶기 때문일까. 현재에 만족하지 못해 다른 시대를 꿈꾸는 것일까. 내가 저 시대들을 동경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인지 말이다. 현재는 너무 재미가 없다. 살아가기 각박하다. 꿈을 꾸고 예술을 논하기엔 시대가 여의치 않는다. 예술, 그 자체를 좋아해서 달려가기엔 돈이라는 경제적인 문제가 너무나 크다. 그런 사람들도 보기 힘들다. 열정만 가지고 잘 되기에는 이미 가진 사람들의 철밥통을 깨부수기 역부족이다.

역시나, 나는 현재에 불만이 많다. 도피를 하고 싶은 것이 맞나 보다. 살아보지 못해서 과거의 화려한 면만 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보다는 순수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동경한다. 문화 예술의 황금시대, 토론과 생각의 교류가 활발했던, 그것을 동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