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설을 쓰고 싶다

그래도 아직은, 순수의 시대

by 지하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인생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 특히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된 책들이 많다. 우울할 때 하는 일은 무작정 걷거나, 책을 미친 듯이 읽는 것이었다. 하루에 책을 몇 권씩이나 읽은 적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서 나의 가치관에 대해서 오롯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은 고독하고 결국은 혼자이지만, 그것을 알고 즐길 수 있는 포용력이 생겼다.

책이 좋아졌다. 글, 이라는 것이 좋아졌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종이 냄새가 좋다.



내가 한심하고 참으로 비참하다고 느꼈던 시기에, 스스로도 너무 한심해서 혼자 바닥을 뚫고 들어갔던 시기에, 그땐 가족에게도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조차도 알지 못해서 막막함에 한숨만 쉬었다. 너무 절망적이었다.

글. 글로 내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풀어봐야겠다.

나, 이면서 내가 아닌 글 속의 주인공을 통해 해답을 찾아봐야겠다.

그렇게 소설을, 글을 쓰게 되었다.

무작정, 정말 갑작스럽게도, 그렇게.

고흐.

반 고흐의 일생에 대한 영화를 추천으로 보게 되었는데, 소설을 쓴 이유에는 사실 이 영화의 영향도 컸다. 그림에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그의 모습에 당시의 내 모습이 한심해 보였고, 고흐의 현실에 마음 아프면서도 별반 다르지 않은 예술가들이 처한 현재의 현실에 화가 났다. 한 번뿐인 인생을 고흐처럼 열정을 쏟아부으며 살고 싶다, 는 소망을 가진 여주인공은 그녀의 인생도 고흐처럼 살고 싶어 한다. 그것은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무엇인가에 미쳐서 열정을 불태우다 죽고 싶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고흐처럼 혹은, 영화 '블랙스완'의 마지막 장면처럼 말이다.


그해 여름 손님,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작가의 연륜에 따라서, 나이에 따라서 글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따라서도 글의 성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해주고, 감정을 이입해서 글 속에 빠지게 하려면 글을 쓰는 사람이, 내가 그 정도의 경험과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서도 글의 깊이가, 문장의 깊이가 드러난다.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그것들로 인해 얻은 것들을 깨닫는 습관을 들여야한다.


글을 쓰면서, 정말로 오랜만에 어떤 행위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무엇인가를 하면서 재미있다,라고 느낀 것이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자발적으로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한다는 것, 삶에 즐거움과 열정이 되살아났다. 몰두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이 생겼음이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소설을 쓰고 싶다.

깊고 진중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깊이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런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