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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한현재 Sep 29. 2021

타자로의 도약

  사랑은 정현종 시인의 말처럼 나와 그 사람 사이의 섬으로 건너가 그가 와주길 기다리는 일, 기나긴 침묵을 견뎌내는 일, 스스로 고독해지길 선택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말 영영 혼자 섬에 남겨질지도 모르는 일이라 선뜻 건너가기를 망설이게 됩니다. 기약 없는 상대방의 침묵이 두려워 건너가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 적당히 머물다가 돌아갈 쪽배를 마련해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말 온몸을 던져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타인은 언제나 내게 상처로 다가옵니다. 내 맘과 같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타인에게 건너가는 일은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정말 ‘목숨을 건 도약(fatal leap)’인지도 모릅니다. 그 정도의 각오 없이는 사랑도 없는 거죠. 그러나 겁이 납니다. 그래서 애써 내 마음을 부정해보기도 하고 스스로를 속여보기도 해 봅니다. 또 언제든 빠져나올 준비를 하죠. 하지만 정말 그러면 우리의 마음이 조금 괜찮아질까요? ‘내가 만약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했더라면, 좀 더 기다렸더라면 그가 섬으로 찾아와 주지 않았을까?’하는 후회가 들지 않을까요? 쪽배에 반만 몸을 싣고 언제든 돌아갈 준비를 하는 사람은 고독하진 않겠지만, 또 상처는 덜 받겠지만 안타깝게도 사랑은 없는 겁니다. 선택권은 없네요. 쓸쓸하게 섬으로 들어가고 또 섬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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