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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Sep 02. 2023

일상의 빈칸

최장순

일상에서 흥미를 찾아가는 가볍게 읽기 좋은 책.


일상이라는 단어만큼 지루하지만, 소중한 단어가 또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종종 저 멀리 있는 이상만을 생각하며 일상을 보잘것없는 것으로 치부하곤 한다. 거리의 간판, 카페 인테리어, 길거리에 뿌려진 명함들, pc방, 철물점, 인쇄소, 그리고 그 흔한 초코파이에 이르기까지 일상을 좀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무궁무진한 ‘빈칸’이 발견된다. 그 빈칸에 새로운 의미를 채워 넣게 되면, 일상은 새로운 세상으로 거듭난다.
- <빈칸을 채우며> 중에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매출이 어느 정도 늘기 시작하면 디자인부터 바꾸는 가게들이 있다. 예전에 인기를 끌던 어느 허름한 밥집은 돈을 벌자 가게를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했고 매풀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가게는 아들이 물려받은 데다, 보다 젊은 손님을 많이 모셔야 한다는 명분하에 내부 공간을 모던하게 디자인했다. 간판도 현대식으로 바꿨다. 이제는 젊은이들은커녕 어른들도 가지 않는 식당이 됐다. 원래 그 가게를 찾던 이유가 정통 국밥의 맛 때문만이 아니었음을 알아야 한다. 그저 7천 원짜리 국밥의 맛을 구매하러 간 것이 아니라, 허름한 분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향수’와 ‘옛날 정취’를 느끼러 그 가게에 갔던 것이다. (중략) 펩시코는 2009년 ‘현대화’라는 명분으로 트로피카나 패키지를 변경했다. 패키지를 변경하자마자 많은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마트 매대에서 트로피카나를 알아볼 수 없다는 것. (중략) 트로피카나의 ‘오렌지+빨대’는, 안티갈 우노 말벡의 ‘1’과 같은 본질적인 디자인 요소이며, 이러한 본질적인 이미지를 건드릴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 <언어의 빈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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