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오래 사는 시대가 온다
세르게이 영은 수명 연장 기술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펀드인 장수비전펀드를 설립하고, 사람들이 건강한 몸으로 수명을 연장하고 역노화 기술을 보다 저렴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저자가 혁신적인 헬스케어 기술을 연구하는 수많은 스타트업과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와 더불어 젊음과 건강, 수명 연장에 대한 기술, 사회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논의점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데이브 아스프리는 2019년 유타주 파크시티에 있는 도세어클리닉을 찾았다. 해리 애덜슨 박사는 아스프리에게 진정제를 놓은 후 그의 골반뼈 양쪽 뒷면에 긴 바늘을 꽂아 골수 0.5리터를 추출했다. 두 번째로 아스프리의 배에서 지방을 제거했다. 추출이 완료되자 애덜슨은 뽑아낸 줄기세포를 그대로 발목, 무릎, 엉덩이, 척추에 30곳 이상, 목, 팔꿈치, 손목, 그 외 아스프리 몸에 있는 모든 관절에 재주입했다. 그다음으로 척추의 신경초와 뇌의 뇌척수액에도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남은 줄기세포는 얼굴과 머리카락에 주사하고, 마지막으로 성기에 주입함으로써 마무리했다. (중략) 아스프리는 '자신이 180세가 될 때까지 매년 2회' 이 시술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줄기세포는 평생 동안 몸을 재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신체가 어떤 형태로든 손상을 입으면 줄기세포가 출동해 염증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분비해 감염과 맞서 싸우는 백혈구 생산을 유도하고, 수리가 필요한 부위의 세포로 분화되어 손상된 조직을 재생한다.
- <8장 | 재생의학> 중에서
만약 장기 이식처럼 험난한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병에 걸리거나 노화된 장기를 우리 몸속에서, 그것도 최소한의 침습만 거쳐 재생하게 만든다면 어떨까? (중략) 샤미카 버라지의 사례도 있다. 이등병인 그녀는 사고로 귀를 잃었다. 의사는 흉곽에서 취한 연골로 새로운 귀를 하나 만들어주었다. 머리에 붙이기 전까지 귀가 살아 있으려면 혈관이 필요하다. 그래서 의사들은 귀를 그녀의 팔뚝에 이식하고, 수술 때가 되자 귀를 떼어서 원래 위치로 옮겨 붙였다.
- <8장 | 재생의학> 중에서
이론대로라면 나이 든 사람이 젊고 건강한 사람의 혈장을 정기적으로 수혈받으면 염증 감소, 줄기세포 증식,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 그 외 암과 심장병 예방 등 여러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요법은 지난 몇 년 동안 부유한 사업가들, 일명 '실리콘밸리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꽤나 인기를 끌어 암브로시아라는 스타트업에서는 젊은이의 피를 1리터에 8,000달러, 2리터는 할인가인 1만 2,000달러에 판매했다.
- <8장 | 재생의학> 중에서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고 모바일 기술이 급속도로 활성화되고, 챗GPT가 공개된 즈음부터 (맨날 온다고 말만 하던) AI기술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처럼, 노화를 방지하고 수명을 늘리는 헬스케어 기술도 갑자기 그렇게 발전해서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인간의 수명이 무한대가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름이 돋고 어딘가 오싹한 기분.
인실리코는 투자자들의 허가가 떨어지자 코로나19 치료 후보 물질을 발굴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중략) 이 물질들을 모두 찾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주였다. (중략) 보통은 신규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데 최대 3년의 기간과 수백만 달러가 소요된다. 일단 후보 물질이 정해지면 여러 차례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대부분은 통과하지 못한다. 후보 물질 중 임상 시험 단계를 통과하는 물질은 5,000개 중 1개에 불과하다 성공률이 형편없이 낮다. 전체 신약 개발 과정에 20억 달러의 비용과 12년에 달하는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가 이제 납득이 될 것이다. 인실리코는 이 과정을 크게 단축시켰고, 성공 확률도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어떻게 가능했냐고? 물론 인공지능 덕분이다. (중략)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면 원하는 특성을 지닌 새로운 분자들을 ‘상상’해낸다. 이 과정은 후보 물질 발굴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일 뿐만 아니라 분자 라이브러리에 존재하지 않는 분자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도 있다. 또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기존 방식보다 성공률이 훨씬 높고 비용은 더욱 저렴하다.
- <9장 | 장수를 담은 알약> 중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이전의 신약 개발에 비해 아주 빠르게 성공해서 상용화된 것도 근래에 현격히 발전한 인공지능 기술의 덕분이다. 하물며 많은 헬스케어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수명 연장을 위한 약물 개발도 머지않았을 것이다.
조기 진단과 정밀의학, 세포/조직/장기 재생 및 강화, 노화라는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유하는 알약 등 차세대 혁신 기술을 통해 지구상의 모든 이가 최대치의 수명을 누리며 살게 된 미래가 실현되리라고 믿는다. 지금으로서는 120세가량이 유력하다.
- <9장 | 장수를 담은 알약> 중에서
“당신의 물리적 아바타는 고물차처럼 버려질 겁니다. 몇 년에 한 번씩 신형으로 바꿔야 하니까요. 하지만 디지털 아바타는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천년이 지나도 당신의 증손자의 증손자와 대화할 수 있습니다.”
- <10장 | 200세 이후의 삶> 중에서
물리적인 나와 디지털의 나의 경계가 흐려지고, 물리적인 내 몸뚱이의 수명과 정신의 수명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며, 정신적인 내가 영원해지는 것까지 상상하자니, 나라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당최 무엇인 건지 알 수가 없어진다.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출산율이 감소하고 인구 고령화 시대가 오는 것이 아무 상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인구가 줄어야만 지구가 버틸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