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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복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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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맘 Feb 25. 2019

이상한 꿈

다둥이 엄마가 되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모유 수유와 사투를 벌이며 정신없는 6개월이 지나갈 무렵,

이상한 꿈을 하나 꾸었다.

거실에서 쉬고 있는 중에 무릎 크기만 한 작은 도마뱀이 나타나더니 내 허벅지를 물었다.

나는 깜짝 놀라 그 도마뱀을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나를 물고 있는 도마뱀은 계속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방으로 들어가 도마뱀을 문밖에 두며 문을 쾅 닫았고, 닫히지 않은 문 사이로 나는 막대기를 휘두르며 도마뱀을 떼내려고 했다.

하지만 절대 떨어지지 않은 도마뱀..

그렇게 잠에서 깼다.

잠을 깨고 나서도 기분이 계속 찝찝했던 나는 그 꿈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도마뱀이 왜 내 허벅지를 물었을까’

그러고 나서 며칠 뒤, 남편과 함께 시가에 있는 백화점을 방문했다.

그날따라 사람들이 굉장히 붐볐고, 화장실 가는 길목에 약국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테스트기를 샀고,

혹시나 하는 마음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매우 선명한 두 줄을 확인한 나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런... 10탱’

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나를 임신시킨 그 nom을 정확하게 발견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은 나를 기다리기 위해 친히 화장실 길목에 있던

남편은 마침 나의 타깃이 되었다.

그리고 그 nom을 향해 분노의 주먹질을 날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목에서 나는 엉엉 울었고,

신랑은 졸지에 나쁜 nom이 되어있었다.

‘셋째 아이가 생기다니. 말도 안 돼’

내가 꾸었던 그 찝찝한 꿈은 셋째 아이의 태몽이었다.

꿈에서도 난 그 도마뱀을 떼어내려 한 것처럼

나는 바로 산부인과를 알아봤다.

신랑은 연이은 임신소식에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나는 어떻게든 현실을 바꿔보려고 했다.

게다가 쌍둥이보다도 더 혹독하다는 연년생!!이었다.

독박 육아로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셋째 아이의 임신소식이 반갑지 않았다.

더군다나 둘째 아이는 이제 갓 이유식을 시작한 생후 6개월이었다.

연이은 임신으로 인한 충격과, 독박 육아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 나와,

세 아이들과 아내를 오로지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무게를 느낀 신랑은

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손으로는 산부인과를 알아보며 검색을 했지만,

마음만은 신랑이 나를 잡아 주길 바랬다.

하지만 가장의 무게가 무거웠던 신랑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육아에 찌들어있던 나는 힘든 시기가 올 때마다

‘이것도 순간이야. 얼른 애들 키우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해야지.’

라고 나를 달래 왔다.

아이가 하나 더 는다는 것은 각각의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같이 있는 시간, 경제적인 혜택들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부모의 노동력은 곱절이 되고, 부모 역시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인 것들이 줄어든다.

요즘 같은 세상에 아이 키우는 비용은 정말 만만치 않다.

하지만 모질게 먹었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한 순간의 선택이 어쩌면 평생의 후회를 낳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신랑과 나는 셋째 아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좀처럼 병원에 가지 않는 신랑이 스스로 비뇨기과에 가서 정관수술을 받았다.

(셋째 아이가 있어 병원비 50% 할인까지 받았다.)

그렇게 나는 다둥이 엄마가 되었다.

배가 점점 불러오고 둘째는 걸음마를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더운 여름날.

배를 부여잡으며 둘째 아이를 쫓아다닌 기억이 난다.

둘째 아이의 돌 사진엔 만삭인 내가 있다.

셋째 아이의 출산일이 다가오자,

앞으로 닥칠 현실이 무서웠다.

친인척 하나 없는 이 곳에서

밤 10시가 다돼서야 퇴근하는 신랑.

세 아이들을 오로지 혼자 돌봐야 하는 부담감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

세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게

두려웠다.

내 나이 고작 서른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알 수 없는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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