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도서관과 미래

by 준혜이

새로 완공된 동네 도서관 개관식에 모인 독서 모임 사람들과 웃는 얼굴로 가볍게 포옹한다. 우린 매주 온라인으로 만나 차례대로 돌아가며 일정 분량의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사이다. 요즘은 몇 달째 가재가 노래하는 곳, Where the crawdads sing을 함께 읽고 있다. 오래전에 이미 책을 다 읽은 사람도, 영화를 본 사람도, 이렇게 서로의 목소리로 다시 한번 천천히 이야기에 빠져들어 되살아나는 기억에 새로운 감상과 깊이를 더하는 독서. 우리 인연은 도서관을 통해 시작되었으므로 이 새로운 건물이 문 여는 날 바로 발을 들여놓는 일에 그 누구의 외출도 더딜 리가 없다.

읽을거리로 울창한 도서관을 거닐며 린이 우리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려 한 곳은 ESOL 교실. 여긴 오랜 시간 도서관에서 영어 튜터로 자원 봉사하시던 분 가족의 기부로 가능해진 공간이라고 한다. 교실 안에서, 지난여름 나와 린을 만나게 해 준 사람이, 이 새로 생긴 자리를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으로, 감사하는 목소리로, 우리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 북적 거림 속에서 잠시 빠져나와 린이 내게 넌지시 이제 영어 튜터로 자원봉사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단 말을 해, I am flattered. 자세한 얘기는 6월에 마저 하기로 약속하고 우린 각자의 생활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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