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는 순간 다 읽을 수밖에 없는 페이지 터너
요 며칠 비가 무섭게 쏟아지더니 드디어 비가 그치고 다시 온도가 올라갔네요.
이럴 때야말로 시원한 곳에서 책 읽기 최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책 한 권 다 읽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죠?
오늘은 더위도 날리고 완독했다는 성취감도 주는 페이지 터너를 갖고 왔습니다.
마사키 도시카, 이정민 옮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모로, 2022)
― 이 책의 주인공은 '이즈미'라는 엄마입니다. 말 잘 듣는 자식들과 성실한 남편을 둔 지극히 평범한 주부이기도 해요. 게다가 본인의 삶을 무척 행복해합니다. 자식들이 공부도 잘하고 속도 전혀 안 썩이거든요.
― 딸과 아들이 각각 원하는 학교에 합격한 어느 날 저녁 이즈미의 행복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이른 새벽부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려대요. 대체 왜? 이즈미는 내용도 모른 채 불안해져요. 안 그래도 연쇄 살인 용의자가 달아나는 바람에 일본 전체가 들썩거리는 중이었거든요.
― 가까스로 전화를 받은 이즈미는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집에 있는 줄 알았던 아들이 사실은 새벽에 자전거를 끌고 나갔고 연쇄 살인 용의자로 오인을 받은 거예요. 아들은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다 주차된 트럭에 세게 부딪혔고 결국 사망하고 맙니다.
― 이즈미의 세상은 아주 철저하게 무너지지만 세상은 난데없이 화살을 이즈미의 아들에게로 돌려요. "당신네 아들 때문에 연쇄 살인 용의자를 놓친 거 아니야?" "새벽에 왜 자전거를 타냐고! 사실은 용의자랑 공범 아니야?"
― 이즈미는 사람들을 향해 악을 쓰고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죠. 사람들이야 뭐 언제나 쉽게 말하고 쉽게 잊으니까요. 이즈미의 고통만 계속 커집니다. 남편도, 딸도 자신만큼 슬퍼하지 않는 것 같고 도저히 세상을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거든요.
― 이 책의 가장 이상한 점은 이즈미의 이야기가 난데없이 갑자기 끝나버린다는 겁니다. 이후 15년 뒤 그것도 도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 등장합니다. 이때부터는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두 명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요.
― 이 책을 읽은 제 친구는 "난 처음에 그래서 이게 단편집인 줄 알았다니까?"라는 말을 할 정도로 굉장히 뜬금없어요. 하지만 읽다 보면 15년 전 이즈미 아들이 죽은 사고와 현재 살인 사건이 연결되어 있다는 단서가 조금씩 등장합니다.
― 2019년에 있는 형사 두 명은 이 두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으며 수사를 해나가고 이들의 수사로 15년 전 사고사와 현재 벌어진 사건의 비밀이 드러납니다.
― 이번 글 제목인 "와 이거 진짜 대박이다 술술 읽혀"는 실제로 제 친구가 했던 말을 따온 건데요. 저도 여기에 공감할 정도로 굉장히 잘 읽히더라고요. 이두온 작가가 이 책을 추천하며 "엄청난 페이지 터너"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페이지가 휙휙 넘어갑니다. 읽으면서도 걸리는 게 없고 다음 내용이 궁금하니까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되더라고요.
― 저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인물들이 굉장히 다양하고 입체적이라는 걸 꼽고 싶어요.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두 명은 좀 약하지만 특히 엄마들(이즈미 말고도 두 명의 엄마가 더 등장합니다)이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만은 아니에요. 평면적인 캐릭터들도 아니라 행동을 예측하기가 힘들고요. 그래서 읽는 재미가 더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리고 정말..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소름이 유지되었던 결말.. 제가 덕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미스터리와 추리물 등 남들보다는 장르로설을 꽤 읽는 편이라 웬만한 반전들은 잘 맞힌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의 마지막 비밀은 상상도 못한 거였습니다....
― 저는 이 책 마지막에 드러난 게 하나의 비밀이 아니라 두 개의 비밀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것 때문에 굉장히 오랜만에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늘 생각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내는 걸까요..? 장르소설 작가들 정말 만만세입니다.
"엄청난 페이지 터너"와 함께 더위와 빗줄기 모두 잠시라도 잊으실 수 있길!
오늘도 손 번쩍 들어 인사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