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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Nov 05. 2023

11월 직장인의 고민, 자기 평가  그리고 작은 우울감

평가 시즌이 돌아왔다. 하반기 인사 고과를 위해 스스로를 평가해 본다. 올해 나는 무엇을 했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배부른 고민 같지만) 내년에는 그리고    뒤에 나는 무엇을 고민하고 있을까 .


현재 직장을 "큰" 불만 없이 다니고 있다. 우울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불만이 없다"라는 표현. 차마 행복한 직장 생활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다른 곳도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 거기서 거기.


주변에서 사업해도 되게 잘할 것 같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만, 그 말을 한 사람들은 모두 사업가가 아닌 직장인들이라는 것.  언젠가 꼭 사업을 해야지 결심하지만, 그 주변에 있지도 않고 끼리끼리만 어울리고 있다. 꼭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환경을 스스로 바꾸지 않으니  동일한 삶을 산다.


비슷한 삶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니,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아, 앞으로 나의 가장 젊은 날을 계속 이와 비슷하게 보내면, 출근하고 퇴근하고 한숨을 뱉고 짜증도 내고 가끔은 웃고, 성취감도 느끼면서 월급 받고, 운이 좋으면 성과급도 받고 그렇게 살다 보면~ "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고리는 결국 나도 고리타분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무기력함으로 바뀐다.


그렇다고 막상 20대에 다이나믹하게 살지도 않았다. 그저 갑자기 여행을 가고 싶을 때 땡처리 항공권을 찾다가 문득 그 일정과 장소를 정하고 무작정 떠나는, 혼자 다니면서 생겼던 이런저런 에피소드. 인연들 그리고 시간들. 그러한 시간들은 꼭 반드시 직장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리울 수밖에 없는 시간. 시간의 역설.


역설적으로 그리웠던  그  시간에는 앞으로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을까? -라는 지극히 소시민적인 불안으로 인생을 채웠던, 그 모순의 순간들이 가끔은 그리워진다는 것. 그렇다고 다시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은지 묻는다면, 여전히 답을 망설인다. 장인에게는 확실한 것이 점점 없어진다. 단순해질 수 있는 것조차 그리운 역설의 시간들이 쌓여간다. 수북이 쌓인 저 단풍잎들처럼.


수능을 앞둔 수험생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할 때, 직장인은 떨어지는 낙엽 하나에 우울감을 느끼기도 한다. 우울증이 아니라 우울감이라고 명명하고픈 이유는 지금/요 근래 필자는 정말 행복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순간에도 이런 저기압의 생각도 떠오를 수 있기에 직장인은 온전히 좋은 감정만을 지니고 살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을 알아버렸고, 너무나 많은 것을 지나쳐버렸다. 물론 다시 되돌아갈 수도 있고 비워낼 수도 있다. 용기만 있다면 말이다. 스스로 꽤나 용기 있는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한 놈이라는 걸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다시 우울. 감이 떨어진다. 홍시가 터진다. 붉게 산화한다.


완연한 가을도 벌써 희미해져 가는 것처럼. 요 근래 세상은 요지경인지라 쌉싸름한 바람이 아닌 습윤한 공기가 가을을 덮는 중이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당연하디 당연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이 또한 무뎌지겠지. 그 무딘 감정에 새롭고 희망찬 가능성이 싹트겠지. 그렇게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며 새로운 행복감을 발견하고 느끼며 가을 단풍처럼 다채롭게 익어가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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