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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Jan 26. 2024

회사 인간들에게는 창의력보다  
집중력이 더 필요해요

[밑줄독서] 요한 하리 - 도둑맞은 집중력(stolen focus)

 오늘날에는 정상적인
뇌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우리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방황할 정신적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문장에서 멈칫. 사실 이 글을 읽기 전에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여 챗GPT에 요약을 부탁했다. 뻔한 내용과 당연한 문장들이 너무나 완벽하게 요약되었던 탓에 쉽게 잡지 못했던 책.


오늘도 유관부서에서는 기한 내 회신을 요청한다. 애초에 유관부서 담당자인 나와 협의한 적도 없으면서, 언제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늦는다라나. 모두가 긴급하고 모두가 시급하고 모두가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사회처럼 굴러가는 회사에서 멍을 때리기 위해 언제나 점심은 혼자 먹는다.


협업이라는 가면을 쓰고 과잉 친절과 허례 의식과 친절을 요구하는 사무직들의 업무는 가짜노동 연속. 입으로 나불. 메일로 나불. 메일은 메일을 낳는다. 매일매일 쌓이는 메일이 내일이 그것이 내 일이 되는 illusion. 일로써 일을 끝낼 수 있는데 다시 일을 만들고 결론 없는 회의와 서로 미루는 책임 전가 행위, 검토의 연속, 끊임없는 정합성 점검. 무엇을 제대로 집중할 수 있을까. 전 세계의 판매와 대리점 조직이 있는 글로벌 부서는 하나의 주제가 생기는 순간 커뮤니케이션과 메일 루프의 무한 혼란 속에서 익사한다.

 참여도가 높다는 말은
곧 집중력을 더 많이 빨아들이고
사람들을 더 많이 방해한다는 뜻이었다.   

도둑맞은 집중력. 가끔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집중이 되지 않아서 하루에 30분씩 아침에 책을 읽고 사무실로 올라가지만, 옷을 벗기도 전에 화장을 가기도 전에 불리는 이름과, "그건 어떻게 됐어?"라는 말에 내가 주도하는 업무 리듬이라는 것은 없다. 의무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싶지만 그건 그거대로 수많은 유혹이 가능하니. 나는 나와 싸우고 다른 사람과 싸우고 사회와도 싸우며, 심지어 지금 쓰고 있는 이 글 또한 잘 쓰이지 않아서 키보드와 싸우듯이 내려치는 나의 행위에는 과각성과 과잉성과 끊임없이 연락받아 지쳐버린  스스로를 혼란에서 끄집어내기 위한 현대인의 전형이리라.


아, 이대로 가라앉을 수는 없다. 나는 진정한 몰입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무엇인지 알고, 무엇인 잘못된 것인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대로 질 수 없다. 그래서 내겐 아직 희망이 있다. 덴마크에서 하루에 12시간씩 하나의 글을 쓰고자 집중했던 순간. 운동부로서 하루에 10시간씩 일하며 느껴지는 허벅지가 터질듯한, 숨이 차오르다 못해 입에 거품이 생기기 직전까지 운동을 거듭한 이후에 오는 성취에 초집중의 경험들. 그게 안에 있다. 그곳엔 내가 있었으나 내가 없었던 자아 상실의 경험들.


물론 회사 인간도 자아 상실을 겪는다. 네모난 격자무늬 속에 비치는 초록빛 모습. 요즘은 보랏빛이 어울리려나 teams를 깨부수고 싶을 정도로 개나 소나 참석하는 회의. 정리되지 않는 안건들. 쓸데없는 소리를 차단하지 못하는 회의 주관 부서와 과도한 친절과 흐려지는 위계들. 개인이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몇 만 명의 임직원이 공유하는 가치관과 체계를 한 사람이 극복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좌절과 '내가 틀린 것은 아닐까?'라는 자기 검열의 지리멸렬한 갈라쇼.


가끔 뇌가 갈라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받는 스트레스. 작가의 말처럼 하나의 일을 제대로 끝내려면 하나의 일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나 많은 아니, 어쩌면 모든 순간에 멀티태스킹을 요구받고 그 모두를 제대로 해내길 바라는 불가능한 상황에 스스로를 몰아 놓고 있으면서 볼트 조립만 하고 1억 넘게 따박 따박 받는 노조 아저씨들을 욕한다. 나도 그냥 볼트나 쪼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살면 얼마나 편할까? - 하며 같은 노동자들을 혐오한다. 멀리서 보면 그냥 자기 일이 아니라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에 불과한 건 매한가지인데, 선민의식에서 비롯된 가치 분열이 낳는 또 다른 집중력 파괴.


2023년을 사는 우리 직장인에게 필요한 건 창의력이 아니다. 집중력이다. 긴 호흡으로 생각하는 법. 이 책은 꼭 종이로 읽으시길. 요약본은 읽지 마시길. 반드시 자신과 공명하는 문장을 만나 미디엄 웰돈 스테이크를 씹듯 곱씹어 보시길. 어떤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분들이 출퇴근 길에 30분씩만 집중해서 읽어보시길.  


항상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밑줄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본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영역에 속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밑줄을 보며,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반추하는 행위의 반복은 곧 자신만의 '의식'이 된다. 이러한 연유로 밑줄 긋기는 나만의 독서 의식이 되었고, 밑줄은 세상과 나를 잇는 선으로써 'MEETJUL'이 되었다.

우리는 자신이 노출되는 정보량의 엄청난 팽창과 정보가 들이닥치는 속도를 아무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모든 차원에서 깊이를 희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깊이는 시간을 요구합니다. 깊이는 사색을 요구해요.    

  준비될 때까지 삶을 미룰 수는 없다. 삶은 우리의 코앞에서 발사된다.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화면을 통해 모르는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는 것은 자아를 쿡쿡 찌르고 쑤셨다.    

 정보를 더 많이 주입할수록 사람들이 개별 정보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었다.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싶다면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몰입이란 자아의 상실, 시간의 상실, 내가 전보다 더 커다란 무언가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    

지금의 경제체제는 잠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의존합니다. 집중력 부진은 로드킬일 뿐이에요. 그저 사업의 대가일 뿐이죠.    

사람들이 즉시 나에게 동의하느냐 아니냐는 내가 하는 말이 옳은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다. 그건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문제다.    

우리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방황할 정신적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메일이 이메일을 낳는다는 것, 내가 멈추면 이메일도 멈춘다는 것을 깨달았다.    

 참여도가 높다는 말은 곧 집중력을 더 많이 빨아들이고 사람들을 더 많이 방해한다는 뜻이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핸드폰을 확인하는 '트레드밀'에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부과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잔혹한 낙관주의에 대한 반론) 스트레스가 그저 생각의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특권을 가진 위치'에 있다.    

자제력을 키우려고 노력을 할 수 있겠지만, 화면 반대쪽에는 우리의 자제력을 꺾으려고 노력하는 천 명의 엔지니어들이 있습니다.    

(과각성, hypervigiliance) 집중을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위험의 단서나 증거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는 거죠. 초점이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평상시 주의를 기울일 수 있으려면 반드시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자신의 경제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면, 뇌가 가진 능력의 상당 부분이 거기에 쓰입니다 (가소성) 걱정할 필요가 없으면 다른 것들을 생각할 능력이 생기는 것이죠.    

 음식의 변화가 우리 집중력의 상당 부분을 앗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다들 등한시하고 있다.    

  집중력이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뇌는 음식 섭취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오늘날에는 정상적인 뇌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ADHD 진단에 대체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들이 받는 큰 스트레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어릴 때는 속이 상하거나 화가 나면 자신을 달래주고 진정시켜 줄 어른이 필요하다. 이렇게 위로받는 경험을 충분히 하고 나면, 시간이 흘러 성장할수록 혼자서 자신을 달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유전자는 진공 상태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유전자는 환경적 요인에 따라 발현되거나 발현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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