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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Apr 25. 2024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 인생의 항해, 결혼을 앞두고

No Lifeguard On Duty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여도,
만약 우리 인생에서 단 한 번,
내가 맞다고 여기는 것을 추구하고,
설령 그 결정을 먼 훗날 후회할 일이
 우리 인생에서 단 한번 그러한 순간이 있어야 된다고 한다면
 나한텐 그게 바로 지금이야.

쓰다. 글을 쓰는 대신 현실이라는 이유로 인생의 쓴맛을 느껴야 했던 결혼 준비의 시간은 참으로 씁쓸하고 떫었다. 상상 그 이상으로 대한민국에서 정형화된 결혼을 준비하는 시간은 겪지도 않아야 할 시간을 수 천만 원을 태워가며, 돈이라는 시간을 시간으로서 허비하고, 시간이라는 돈을 돈으로 허비하는 상황에 나를 지켜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랑과 희망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못한다고 했던가. 디스토피아가 되어버린 한국 사회의 기저에는 사랑과 희망은 사라지고 오로지 돈이라는 가치만 남은 것만 같다. 스스로 원하는 삶의 방식을 사는 자유인이 되기 위해 수많은 좌절을 극복하고 관계를 끊어내며 벌거벗은 상태로 결혼식을 기다린다. 설렘과 기대로 가득해야 할 이 시기에 나는 사랑과 희망이라는 녀석을 지독히도 믿고 있다.


한국이라는 집단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을 살기 위한 그림을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사치품으로 개인의 가치를 규정하고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라도 재치와 유머가 존재하는 곳에서 살고 싶다. "우리 주변은,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라는 집단 착각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닌, 설사 그것이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내가 마음먹은 대로 살 수 있다 -라는 믿음으로 살면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마음 가짐. 그것만이 우리가 우리만의 인생을 살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난 그렇게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지금 이 순간의 현실과 앞으로의 미래는 우리 둘이 함께할 삶에, 그 미래에, 그 가능성을 탐구하며 끊임없이 호기심을 지닌 상태로 살고 싶다. 그 미래는 분명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우리 이외의 본질적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것이며, 만약 나와 나에게 소중한 존재를 위협하는 그 무엇이 있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반드시 지켜내고 말 것이다. 이것이 결혼을 준비하는 각오다.


결연한 각오. 이런 결연한 의지가 없었다면 결혼은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절연을 입에 담을 만큼 결연한 의지는 필연적이었다. 집단의 광기에는 부하뇌동 하지 않는 강력한 자기중심, 자기만의 철학이 필요하다. 생철학. 살기 위한 몸부림을 철학으로 말하는 것. 철학 없이 산다는 것은 죽는 것과 마찬가지. 죽음을 논할 없이 누군가의 앵무새와 꼭두각시처럼 인생을 살아야 한다면 먼바다에 몸을 던져 물고기 떼에 살점을 뜯기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순간, 자존과 자립의 존재로서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자존과 자립을 위해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책. 책. 책. 책을 놓지 말자.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자. 의심하되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한다면, 모든 말과 행동, 선택 그 모든 것에 고유한 향기를 지닌 사람이 되자. 겹겹이 쌓아 올린 지혜의 축적은 곧 인격이 될 것이다. 호젓하게 존재하기 위해서는 내적으로는 심연을, 외적으로는 탁월함을 그럼으로써 외부의 소음에 초연할 수 있는 "호연지기"의 마음을 추구하는 것. 그게 우리만의 울타리를 만들고 정원을 가꾸며 둥지를 만드는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No Lifeguard On Duty.
Swim At Your Own Risk


감정을 아는 것이 철학이자 곧 여행이라 했던가. 여행과 철학이 매력적인 이유는 언제나 틀릴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여도 만약 우리 인생에서 단 한 번, 내가 맞다고 여기는 것을 추구하고 설령 그 결정을 먼 훗날 후회한다고 할지라도, 우리 인생에서 그런 순간이 단 한번 있어야 된다고 한다면 난 그게 지금이라고 믿는다. 함께 헤매는 그 순간의 허우적거림조차 저 푸른 바다 너머의 석양을 향해 물살을 가르는 헤엄이 될 수 있음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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