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그곳엔 시간을 머금고 바래진 두오모, 복원하려는 자와 여행의 탈을 쓰고 전통과 역사의 가치를 파괴하는 사람들 그리고 여행객들을 통해서 살아나갈 수밖에 없는 도시의 숙명.
복원을 해야만 새로운 미래를 다시 또. 르네상스의 영광을 찾을수도. 고집스럽게 스타벅스를 들이지 않았던 이탈리아도 이제는 영어가 너무도 익숙하여 영어로만 대화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 교회와 성당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와 차들의 경적 소리가 자아내는 모순의 소음들.
하지만 피렌체에는 한 가지의 소리가 더 존재한다. 그건 바로 클래식. 걸작은 어디서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정신으로 궁전 아래 재즈의 바이브로 클래식을 연주한다. 비록 스마트폰으로 악보를 보는 모습은 여전히 적응하기 어렵지만, 이런 이질적인 모습이 오히려 거리의 악사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거친 자연스러움, 그건 곧 자유로움일 것이다.
클래식 선율과 함께 들리는 이민자가 끄는 청소차 소리, 골목길을 따라 흐르는 소음과 바이올린 선율, 그 음을 가두어 놓는 아치형 기둥과 이름 모를 광장 아래 사람들은 하나가 되어 박수친다. 손을 맞잡지 않더라도 통하는 무언가가피렌체를 감싸는 가죽의 향처럼오랜 세월 지속되어온 역사가 이곳, 피렌체를 흐르고 있다.
피스타치오 색깔의 아르노 강을 따라 걸으면, 저 멀리 있던 기억이 슬며시 찾아온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