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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기부기 Jul 06. 2024

엄마로 산다는 것

나, 친구, 그리고 친정엄마.

(카톡)

친구 : "옥아~ 점심먹자, 언제 시간 돼?"

나 : "7.4 목요일 괜찮아?"

친구 : "오키 그럼 그 날 봐~"


장소조차도 안 정한, 애기 엄마들의 속결된 점심약속이었다.

우리는 대학 동기, 나의 아들은 26개월, 친구의 딸은 24개월 동갑내기다.

사는 곳이 서로 근처이고, 나의 직장 또한 친구집에서 가까운지라, 약속 당일 우리 회사 근처에 있는 야키소바집에서 친구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우리는 애들 얘기를 시작했다.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한 이후 너무 자주 아프다는 얘기,

어린이집에서 각자 적응해 나가는 얘기,

한글 교육 프로그램(알고보니 둘 다 같은 프로그램을 시키고 있었음)과 언어 발달이 어느 정도로 진행중인가에 대한 얘기...

접시에 가득 담겨왔던 야키소바를 호로로로록 흡입하며, 열심히 각자의 아이 이야기를 쏟아내고

최근의 고민과 걱정을 공유하고(육아 관련),

공감으로 서로를 토닥여주며,

우리는 30분도 되지 않아 그 모든 이야기와 음식을 쫑내고 식당에서 나왔다. (역시나 속전속결..)


2차로 들어간 카페에서는 (어린이집 졸업 이후의) 유치원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친구는 놀이유치원을 고민중이었고, 나는 영어유치원을 생각중이었다.

둘 다 답을 내리진 못했지만, 중요한 건 관련한 정보가 부재인 상태였다.

'나만 결정을 내리지 못한 건 아니구나..' 친구의 존재가 또 다시 위안이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번 여름 휴가 때, 1차적인 결정을 위해 가능한 반경의 유치원 리스트를 뽑아

영어유치원 → 놀이유치원 순으로, 방문상담 / 전화상담 대상을 각각 정해 스케쥴링을 해 볼 생각이다.

직접 발품을 팔아 조사를 하다 보면, 대강

아이를 꼭 보내고 싶은 곳 / 보내고 싶은 곳 / 이도저도 안되면 보낼 곳 / 절대 안보낼 곳이 추려지겠지.

어린이집 입소 신청 과정에서 나의 늦은 대응과 잘못된 정보, 주관적 판단에 의한 선택 오류로 우리 아들은 계획보다 입소도 늦었고, 한 번의 전학도 겪었다. (물론 전학 전의 어린이집도 좋은 곳이었으나, 지금의 어린이집을 일찍 입소할 수 있었음에도, 나의 불찰로 순번이 밀려버렸다.)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기 위해 유치원 선정과 대기 신청은 일찍부터 이루어져야 하니, 엄마로서의 책임이 무겁다.


우리의 아가들..♡ 나의 아들은 샤이보이고, 친구 딸은 여장부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 한복판에서 맞벌이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부모에게 엄청난 경제적/정신적/체력적 부담을 요하는 일이다. 게다가 아이들 또한 커가면서 또래로부터 느끼게 될 은근한 경쟁심과 비교심리가 스트레스로 작용 가능함을 고려하면, '우리 아이가 어디가서 꿀리지 않게' 부모는 내 아이의 적성을 찾아주고 개발해주고자, 끝을 모르는 노력을 시작하게 된다.


우선 정보에서 뒤쳐지면 안되고, 분별이 어려운 넘치는 정보들을 발판 삼아 발품을 팔아서 아이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주고, 계속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며 (엄마들과의 교류도 향후에는 필요하겠지..) 아이의 적응과 발달 상태를 모니터링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잘 따라와주면 할 맛이라도 나겠지만, 아이가 관심이 없거나, 상처를 받거나, 반항을 하게되면... 거기서부터는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나는 엄마라는 사실이고, 엄마로서의 노력에 나름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경제력/든든한 정보통/미래에 대한 청사진 같은 건 지금의 나에겐 전혀 없다..



가끔 엄마로서의 막연한 불안감과, '잘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 때,

나와 철부지 대학시절부터 애엄마가 되기까지 친분을 이어가고 있는 또래맘들이 큰 위안이 된다.

우선 우리는 성인이 되고부터의 출발점이 같았고, 따라서 사상이나 사고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성격이 맞았으니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친구가 아니겠는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스스럼 없이 하는 대화가 내 아이에 관한 얘기라서, 너무 편하고 좋다.


친구는 매우 유능한 전문직 자격을 가지고 있는데, 잠시 육아로 인해 취직을 미뤄놓은 상태다.

아이 어린이집 등/하원과 병원, 각종 프로그램 스케쥴로 본인 밥 챙겨먹을 시간이 없다는 친구가

간만에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친구에게, 아이 등원 시켜놓고 자유시간동안 약속이라도 잡아서, 하루 한 끼는 꼭 제대로 챙겨먹으라고 했다


신촌 어딘가에서 신나게 술마시던 우리의 대학시절.. 소중한 친구의 얼굴은 지켜주기♡



이 순간에도 나의 엄마, 내 아들의 외할머니는

딸의 자식을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시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내가 자식에게 가지는 사랑과 노력과 책임감이, 아직 엄마에게도 넘치게 있나 보다.

그건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아서, 여러 생명의 목을 축이고, 오염된 몸을 씻겨내도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깨끗하게, 또 다른 생명을 키워내는가 보다.



나 또한 위대한 '엄마'가 되었음에 감사하고,

나를 키워내신 '우리 엄마'에게 감사한다.


엄마도 나도, 더 젊고 어렸던 시절이 있었다.. 예쁜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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