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가까웠던 힘 희롱 조사기간을 돌아보며 잊지 않기 위해 남기는 기록
달에 한번 간격으로 불려 가 조사를 받았다.
늘 이번이 마지막 조사이고 결론이 나겠지 생각했다. 그렇게 6번 정도 조사를 받고 결론이 났다.
반년이 지나 있었다.
A는 신고한 개개인 별로 A4용지에 ‘내가 왕따 당한 행위’에 대해 작성해서 신고했다.
조사받을 때 조사관은 이것을 하나하나 물어보며 왜 왕따 시켰냐고 물어봤다.
녹음본을 돌려보며 내가 한 힘 희롱 list와 그때의 내 대답을 적어보려고 한다.
A가 제출한 나의 힘 희롱 list
1. A와 왜 같이 밥을 안 먹었나.
A의 마지막 근무 날에도 저랑 같이 파티하고 치킨에 피자에 케이크까지 먹었습니다. 몇 년간 같이 일하며 밥을 먹을 때도 있고 안 먹을 때도 있고, 각자 속 안 좋을 때면 안 먹을 때도 있습니다. A가 속이 안 좋거나 A가 남자 친구랑 밥 먹는다 하면 저랑 따로 먹을 때도 있었습니다.
2. A와 근무할 때 마른세수를 왜 했나. 마른세수를 해서 A가 본인을 왕따 시켰다고 느꼈다고 한다.
악성 건성이고 얼굴이 땡겨 얼굴을 자주 만지는 습관이 있습니다. 부서장이 “ 마른세수하는 거 니 습관이다.” 할 정도로 수시로 마른세수를 합니다. 부서원 누구인지 상관없이 동일하게 일할 때마다 마른세수를 합니다.
3. A 말에 의하면 본인도 왕따를 당했다고 하는데 왕따를 당한 적 있나.
아니요? (왕따였는데 나만 몰랐던 건가….)
4. 왜 부서원들을 별명을 부르거나 언니라고 부르는가.
환자가 있을 때는 존칭을 쓰며 명확한 호칭으로 부릅니다. 하지만 환자가 없을 땐 편하게 별명을 부릅니다.
5. 부서원들이 당신을 왜 별명으로 왜 부르는가
부서원들도 환자가 있을 때는 정확한 호칭으로 부릅니다. 환자가 없을 땐 별명으로 부릅니다. 부서장 포함 모든 근무자가 저를 별명으로 부릅니다.
6. 당신이 D간호사를 언니라고 불러서 술집 여자라고 느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환자가 없을 때는 D간호사뿐만 아니라 언니라고 부르고 별명을 부릅니다. 친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사실이 있습니다. 애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7. 당신이 그렇게 별명을 불러서 부서 위계질서를 다 무터트렸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위계질서를 무너트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상대방 별명을 자주 부르는 것도 아닙니다.
8. 왜 부서에서 운동을 했는가
환자가 없을 때 부서장 포함 모두가 다 운동을 합니다. A와도 같이 운동했습니다. 환자 없을 때 스트레칭 개념으로 생각했습니다. 밥 먹고 바로 앉으면 소화가 안됩니다.
9. 운동을 하며 왜 A반대쪽으로 몸을 돌려 기지개를 켜며 스트레칭을 했는가.
네? (운동을 하면 몸을 반대로 돌릴 수도 있고 하는 거지..)
10. 환자에게 욕하고 반말을 그렇게 많이 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전혀 그런 적이 없습니다. (사실 말하면서 제일 억울한 거였다. 부모님께서 어릴 적부터 아이들도 존중해야 한다고 존댓말 써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하셔서 오히려 모든 사람들에게 반말을 못해서 고민 일정도로 존댓말을 하는데….)
11. 병원에서 술을 들고 와서 마시면서 일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전혀 그런 적 없습니다. (억울 2. 이걸 들으면서 무슨 악감정이길래 나에게 이러나 싶었다.)
12. 당신이 부서장을 능력 없고 도움 안 되는 사람이라고 신고하자고 했다는데 사실인가.
부서장을 저렇게 말한 적이 없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불만을 가진 적이 있지만 그건 부서장 포함 모두가 불만이 있었고 다들 불만을 말하면서도 잘 일했습니다. 오히려 A가 변호사와 노무사를 알아본다고 했습니다.
13. 본인은 본인이 안한일을 본인이 한 것처럼 부서 전체 인계 종이에 적는가
그런 적이 없습니다. 인수인계장은 부서에 오늘 있었던 중요한 일, 미래에 챙겨야 할 일을 적는 곳이다. 제가 한 일을 적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14. A가 집단 따돌림으로 자살충동까지 느끼고 정신과를 다니면서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고 한다. 알고 있었는가
아뇨? 같이 운동하고 같이 밥 먹고 매일 남자 친구 자랑하고 집안 자랑하고 교수될 거라 자랑했는데 우울증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나 : 진료기록이나 병원 기록이 있나요?
조사관 : 제출되거나 확인된 건 없어요.
이런 내용을 매월 1회 6번 정도를 반복했다.
조사관들도 물어보면서 이상하게 안 느꼈을까.
난 마른세수에서 이상하다 느꼈을 거 같은데.
A는 근무시간 내에 같이 보드 게임하고 운동한 것까지 신고 노트에 제출해서 (집단 따돌림 이유로 [같이 보드게임했어요]. [같이 운동했어요.]를 제출했다. 도대체 왜 제출한 거지) ‘보드게임’으로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에 해당되어 징계를 받았다.
적다 보니 어떻게라도 징계를 받게 하려고 보드게임이랑 운동을 다 적어서 제출한 걸까.
도대체 왜 징계를 받게 하고 싶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