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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gnotant Jun 30. 2022

신규선생님 혼내기 : 선생님은 왜 안태우세요?

신규 간호사가 잘못하면 무조건 혼내야 하는걸까


“선생님은 다른 사람들 안태우니까 애들이 선생님 만만하게 볼까 봐 걱정이 돼요.”

“선생님이 안태우시니까 혼내는 사람이 나쁜 사람 되는 거 같잖아요.”

“태워야 애들이 부들부들하면서 기분 나빠서라도 다시는 그 일을 안 하지.”

“혼내야 하는데 왜 혼을 안 내지?”




요즘 미디어에서는 육아방법에 대해 자주 다룬다.

그중 하나로 ‘아이들을 혼내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몇 가지 공통된 것들을 확인할 수 있다.


- 공개된 장소가 아닌 조용히 불러서 혼자 있을 때 혼내기.

- 혼나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기.

- 잘못한 그 일에 대해서만 말하기.

- 감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소리치거나 무표정으로 혼내지 않기.

- 아이가 왜 그렇게 했는지 충분히 들어주고, 아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면 고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같이 이야기 하기.

- 남들과 비교하지 않기.


우리는 말을 다 알아듣고 이해하는 성인에게 아이들에게도 하지 말라는 방법을 하고 있는건 아닐까



출근을 하니 나의 멘티인 신규 선생님이 다가와 “선생님 제가 사고를 쳤어요. A했어야 하는 걸 B했어요. 죄송합니다.”

[멘토 멘티 몰래카메라]라고 생각했다. “짜쟌 놀라셨죠?”라고 말해주길 바랬다. 듣는 순간 뒷목이 저릿했다. 큰 사고였다.

사고는 오전에 생겼고 나는 오후에 출근해서 사건이 다 정리된 뒤에 듣게 되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별일 없었다.


“환자는 지금 괜찮다고 하네요. 선생님 진짜 많이 놀라셨겠어요.  숨기려고 할 수 있는데 안 숨기고 바로 말해주시고 변명 안 하셔서 감사해요. 그거 정말 잘하신 거예요. 지금 선생님이 제일 괴롭고 힘들 거라는 거 알아요, 다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거 선생님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많이 놀라셨을 텐데 저한테 와서 변명 안 하고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라고 나는 말했다.(물론 한번에 저렇게 줄줄줄 이야기 한건 아니다. 오고갔던 대화 속 내 말만 모아서 적었다.)


내가 과연 간호사 자질이 있을까로 시작해 내 스스로가 무섭고 내 손이 무섭고, 환자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그만둬야 하나, 이렇게 내가 사람 죽이면 어쩌지 생각의 끝을 무는 자괴감. 모두가 나만 보는 것 같고, 숙덕거리는 모든 게 내 이야기 같고 인계 때마다, 인계가 끝나고도 계속되는 내 이야기에 짜증 나고 죽고 싶고….

신규 시절 사고를 한 번이라도 쳐봤으면 모를 수가 없는 감정이다.


 신규 선생님은 자신이 잘못한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와서 변명 없이 말하고 사과하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나는 저렇게 말하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어차피 제일 괴로운 건 본인이니까.






“선생님 왜 혼 안내요?”

“선생님이 안태우니까 애들이 만만하게 볼까 걱정이에요.”

“선생님이 안태우니까 태우는 다른 사람이 나쁜 사람 되는 거 같잖아요.”

내가 듣는 말이다.


사람을 꼭 태워야 하는 걸까.

강하게 말하면 상대방이 더 나아질까.

조직 분위기를 위해 내가 생각하는 모습과 다르게 화를 내야 할까?


자기가 사고 친 걸 잘 알고 있고,  인정하고, 변명 없이 사과하는데

“선생님 뇌를 놓고 일하셨네요? 생각 없이 일하시나 봐요?”

“선생님이 사고 친 거 선생님이 알아서 수습하세요.”

“전생에 저 환자는 무슨 죄를 지어서 선생님 같은 간호사 만났을까요.. 환자한테 죄송한 마음은 있으세요?”

“선생님 학교에서 기본적인 것도 안 배우셨나 봐요?”

라고 말하는 게 앞으로 저 사람의 업무적인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까?

아, 악으로 깡으로 저년 보다는 일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적어도 나는 대화가 가능하고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개념 있는(포인트다.) 성인에게는 앞으로 똑같은 사고를 치지 않도록 가르쳐주고 알려주는 것 그게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고 친 개인에게 소리 지른다고 사고 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소리 지른다고 사고를 안치는 능력이 상승하지 않는다.


개념 없고 말 못 알아듣고 자기 잘못 모르는 사람한테는 소리치고 혼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히려 그런 사람들은 소리치고 혼내도 자기 잘못을 알기는커녕 소리친 사람 욕이나 할 거라는 걸 사실 다들 알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예외적으로 개념 없고 예의 없고 자기 잘못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혼내도 괜찮지 않을까. 다시는 저년한테 저 소리 안 듣는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잘 챙길 수도 있을 거고 그게 결국 일을 잘하게 되는 길이니까.

(인격모독은 절대 금지)




조직을 위해 내가 바뀌어야 하나.

나 때문에 조직의 위계질서가 흔들리나.


퇴근 후 고민하는 나에게 부모님은 툭 하고 이야기해주신다.

 리더십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중 ‘덕장’ 유비의 리더십도 있다. 겸손하고 따뜻하고 배려하면서도 충분히 사람을 이끌 수 있다. 네가 가는 그 길도 맞는 길이야. 잘하고 있어. “  


유비의 이런 따뜻한 리더십은 기강이 쉽게 해이해지고 위계질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으로 결국 그가 죽은 뒤 촉나라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지만, 이 작은 부서, 월급쟁이인 나 하나로 인해 병원이 사라질 걱정을 해야 할 건 아니니까 그냥 이렇게 사회생활을 하려 한다.



나의 신규 선생님은 내가 내준 숙제를 하고 있다.

1. 선생님 한 행동과 관련된 사건사고 찾아오기

(적다 보면 알 거다 본인이 얼마나 큰 사고를 쳤는지.)

2. 어떻게 하면 똑같은 실수를 안 할 수 있을지 적어오기.


이 모든 글의 전재는 말이 통하고 개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신규 선생님은 앞에서 계속 이야기했듯이 말이 통하고 예의 바르고 내 생각에 괜찮은 사람이다.


아닌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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