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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

by 황상열

인생이란 결코 쉬운 여행이 아니다. 직장이나 모임에서 웃는 얼굴 뒤에 감춰진 눈물과 혼자만 품고 있는 고민의 무게가 가끔 나를 아프게 한다. 세상에 나를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돌아보니 내 마음 한구석은 늘 쓸쓸하고 공허하다.


지난 토요일 글쓰기 사부님 이은대 작가님 덕분에 처음으로 교보문고 저자 사인회를 하게 되었다. 자이언트 작가님들, 내 수강생 작가님들,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들 등 많은 사람이 함께 자리를 빛내주었다. 시끌벅적한 사인회와 뒷풀이 행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혼자였다. 그래도 모두는 아니지만, 나를 생각하고 아껴주는 몇몇 소수의 편안한 사람이 있기에 행복했다.


언젠가부터 나를 가장 위로했던 것은 화려한 성공담이나, 잘 짜인 위로의 말이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내 곁을 지켜주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의 작은 미소였다. 바쁘고 치열한 세상에서 단 하나 간절히 바라는 게 있다면, 나 역시 그런 ‘편안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13년 전 세상이 다 내게 등을 돌린 것 같은 어느 날, 우연히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한참 후에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 다 지나간다.”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풀려나가며 오래 묵은 눈물이 쏟아졌다. 친구는 그저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그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무리한 위로도, 과도한 관심도 없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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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가장 큰 위로는 결국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순간이 아닐까. 상대를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고, 조급한 마음으로 이끌지 않는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채색하지도 않는다. 담담하게 그대로 비추는 사람이야말로 편안함 그 자체일 것이다.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찾아와도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 나의 지친 마음을 눈치채고 “힘들지?”라고 말없이 어깨를 두드려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이 나를 만날 때만큼은 세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편안히 숨을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단 한 사람이라도 “당신과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의 삶은 충분히 의미 있고 아름다울 것이다.


누군가의 ‘편안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 자신부터 편안해지는 일이다. 내 마음이 바쁘고 불안한데, 다른 사람의 쉼터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때, 내 곁의 사람도 나를 통해 평온해질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조금 느려져도 괜찮아.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


이 말을 자꾸만 곱씹다 보면, 마음속에 작은 평화가 찾아든다. 그리고 내 안의 이 고요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그들이 나를 통해 위로받고 다시 웃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편안함’이다. 나도 그렇게 누군가의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만난 이들의 하루가 조금 더 따뜻해지고, 조금 더 가벼워지기를 소망한다.


결국 사람은 거창한 이유로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 곁에 머물게 된다. 나 역시 누군가의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따뜻한 미소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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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a001aa/223789722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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