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닿을 수 있을 만큼만

(오늘 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기)

by 황상열

2023년 연말 8년간 잘 다니던 전 직장에서 희망퇴직으로 나오게 되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갑자기 그만두게 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대비도 미처 하지 못했다. 머리가 아팠다. 나이는 이제 마흔 후반이라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꼭 직장을 구하지 못해도 프리랜서로 자립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잘 되지 않았다. 다시 앞으로 먹고 살 문제를 해결해야 해서 매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머리만 아팠다.


퇴직 날짜는 점점 다가왔다. 그 전에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잘못되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몸은 현재에 있는데, 자꾸 감정과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온전하게 현재를 누리라고 책에서 계속 읽었는데, 정작 나는 실행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쓸데없는 걱정이 많았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이번 중간고사 망치면 어떡하지? 대학수학능력시험 망쳐서 좋은 대학 못가면 어떡하지? 소개팅 했는데 잘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좋은 회사에 취업 못하면 어떡하지? 등 어떡하지 병에 걸렸다. 걱정과 불안을 달고 살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불안했던 이유는 그만큼 현재 그 상황을 극복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했다면 그 일이 잘 되지 않았어도 후회나 아쉬움을 없었을 것이다. 좀 더 덜 불안했을지 모른다. 고민만 하다가 시간만 낭비하고 현재와 미래를 모두 망쳤다.


나이가 들면서 고쳐지나 싶었지만, 작년 초 실직, 사기 등으로 다시 무너졌다. 운동으로 유지하던 몸은 다시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회사 업무를 제외하고 집에서 멍하니 천장만 보며 누워만 있었다. 마음은 이미 피폐해졌다. 또 한 번의 시련을 겪으면서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풀리지 않을까 한숨만 쉬었다.


그렇게 지낸지 한두 달이 지났다. 점점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그냥 이대로 죽고 싶었다.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무작정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동네 한 바퀴를 걸었다. 조던 피터슨이 쓴 <12가지 인생의 법칙> 한 구절이 떠올랐다. “인생이 힘들면 시간 단위로 짧게 생각하라.”


오늘 하루만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 한 시간 단위로 쪼개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통제할 수 없는 일은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산책하고 마음을 달래는 시간이나 여기에 집중했다. 오랜만에 마음이 좀 편해졌다. 집에 돌아와서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아이들과 놀았다.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에만 몰두했다. 하루하루 지나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그 불안이 다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효과가 있었다.


오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불확실한 미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내일, 다음 달, 1년 후를 걱정하면 현재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둘째, 과거에 먹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이미 벌어지고 지나간 실수나 상처는 바꿀 수 없다. 오늘 할 수 있는 행동은 바꿀 수 있다.


셋째, 작은 성취가 모여 삶의 변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오늘 해야 하는 하나의 일이 결국 그게 모여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거창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 번 갈 수 없다. 넷째,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아직 일어나지 않거나 바꿀 수 없는 상황에 걱정하는 데 에너지를 쏟으면 지금 현재 오늘 일에는 힘이 남지 않는다. 현실에 집중하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다섯째, 마음의 평정과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오늘의 행동에 집중하면 내가 주도적으로 삶을 이끌고 있다는 느낌을 만들 수 있다.


오늘 아침도 출근해서 우선 다이어리를 펼쳐 내가 할 수 있는 일 위주로 적었다. 급한 순서대로 처리하고 지워 나갔다.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내려놓고 기다린다. 예전보다 좀 더 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되었다. 마음도 편안하다. 오지 않는 미래는 그 때가서 벌어지면 대처할 생각이다.


밖을 보니 비가 온다. 멍하니 쳐다보는 생각 하나. 비를 멈추게 하고 싶은데 그건 내가 할 수 없구나. 내가 할 수 있는 글이나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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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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