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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호사 J Feb 27. 2021

지적질 사회에서 나로 살고 싶다

말하는 몸 책 리뷰



나는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주 깊이 읽는 편이다. 마음이 진짜 동할 때만 한 권을 다 읽고 또 읽는다. 그런데 이 책처럼 한 번 붙잡으면 울렁거리는 마음으로 놓을 수 없는 책들이 꼭 있다. 이런 책들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말을 건다. '아 너도 아팠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네. 우리 모두 아프구나'
이런 책은 책의 형상을 한 소통이자 공감이고 치유다.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인데 어쩜 모든 이야기에 나와 닮은 면이 꼭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부모들은 우리 딸들을 키우면서 같은 얘기를 한 것이 틀림없다. 많이 먹으면, 살찐다. 적게 먹으면, 건강 해친다. 뚱뚱하면, 보기 싫다 마르면, 걱정되니 좀 먹어라.

우리의 어른들로부터 비롯된 끝도 없는 이런 류의 지적질과 걱정, 평가의 배경에는 사실 불안이 있다. 그 불안은 잘되라는 취지의 그 지적질을 타고 나에게로 또 나의 아이들에게로 전이되고 결국 우리 모두는 늘 뭔가 아닌 거 같고 부정당할 거 같은 불안, 내 마음 가는 데로 살면 안 될 것 같은 불안에 시달린다. 한편 외모 등등에 지적질을 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불행한데 에너지를 자신이 아닌 남에 쏟고 그 기준으로 자신 역시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특히 여성들에 대한 걱정과 지적질이 너무 많아서 여성들이 나답게 살기가 참 어렵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녀들이 자신에 대해 얘기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막상 마이크를 앞두고 그녀들은 용감했다. 어떤 이는 묻어둔 진실이 툭 튀어나오기도 했다. 나 역시 20년 넘게 말하지 못했던 일을 어느날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말하고 다닌 경험이 있다. 그건 실수가 아니었다. 살기 위한 마음의 호소였다. 그리고 실제 그 "말"이 나를 살렸다.

"말할 수 있다"는 건 더 이상 남이 바라는 대로 살지 않겠다는 자기인식이며 나는 나대로 존재해도 괜찮다는 용기이자 건강성의 발현이다.

"이야기되어진 불행은 불행이 아니라"는데 쉬 말하지 못하는 진실을 묻어두고 살았던 내 마음은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무겁고 불행했을까. 개별 경험은 다 다르지만 많은 여성들이 그렇게 숨죽이고 있다 끝내 자신을 인식하고 말하는 중이라는 점에 더 없이 응원을 보낸다. 묻힐 뻔한 이야기들을 애정 어린 귀로 눈으로 마음으로 들어주고 책으로 만들어준 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남이 바라는 대로 살면 내 폐를 가지고도 나로 숨쉴 수 없다. 우리 모두 각자 "나"에게 집중하면 좋겠다. 우리 모두 (부모 포함) 남이 바라는 대로 살지 않을 권리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내 식욕이 어느 정도인지, 그에 비춰 내가 건강할 정도의 몸매는 어떤 것인지 등등 외모 뿐만 아니라 모든 나와 관련된 것들은 나만이 결정할 문제다.

존재 그 자체로 긍정하고 공감해 주는 너와 내가 산소호흡기처럼 절실한 이 시대에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산소호흡기의 역할을 한다. 공감과 치유의 힘을 품은 책은 언제나 옳다.

#말하는몸 #책리뷰 #지적질사회 #나다움 #공감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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