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주인_주인장의 책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라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수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이 책은 좀 색달랐다. 사실, 나도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책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책을 읽고 그 뒤로 몇몇 소설을 읽었는데 모두 흥미로웠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후 추리소설이 아닌 이 책은 뇌 과학 분야를 소개한다. ‘뇌과학’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나 역시 그렇지만 그보다 이 책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소설들 중 다르게 느껴진 이유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져 놓고 고민과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하고 말이다. 이런 점에서 난 이 소설을 그냥 즐기는 소설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마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 책이 떠오를 만큼 판단하기 힘든 일이었다.
수영장 배수구 철망에 손가락이 끼어 빠져 나오지 못한 미즈호는 결국 뇌사 판정을 받는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그녀의 부모인 가즈마사와 가오루코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혼을 하려고 별거 중인 그들에게 딸의 사고는 충격, 그 차체였기에 잠시 자신들의 감정은 뒤로 하고 딸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병원에서는 냉철하게 판단을 한다. 뇌사 판정 절차와 함께 장기 이식에 대한 의사를 묻는다. 아직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부모에게 너무나 가혹한 질문이었으나 현실은 냉정했다. 난 여기서 작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 거 같다.
당신의 딸이라면 장기 이식을 하겠는가?
과연 미즈호의 부모는 어떤 결정을 할까? 딸의 의사를 물을 수 없으니 부모가 결정을 해야한다. 그대로 두면 뇌사로 장기 이식을 하면 심장사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본 적 없는 고민을 하는 거다. 죽음을 선택해야한다는 것이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생각을 해봤을까? 죽음이 죽음이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죽는냐 사느냐가 아닌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 선택의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심장이 정지 되었을 때 사망이라 하는데 뇌가 멈췄다는 것을 죽음으로 받아들여하는지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이 물음은 소설에서 계속 이어져간다. 부부는 딸의 장기가 누군가의 몸에 이식하면 딸의 일부가 이 세상 어딘가에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반면에 아직 심장이 뛰고 있는 딸이 살아있는 거 같아 우리의 결정으로 딸을 죽이게 되는 게 아닌 지 고민이 된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문제이기에 가족들과 상의를 한 결과 만약 미즈호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지 생각해본다. 엄마인 가오루코는 딸과 산책하던 그 때를 떠올렸다. 네잎 클로버를 발견한 미즈호가 누군가 행복해지길 바란다며 이 네잎클로버는 가져가지 않겠다던 미즈호의 말이 떠올라 장기 기증을 하기로 결심한다. 뇌사 테스트를 받으러 가던 중 미즈호의 손이 움직이는 걸 본 부부는 일시적인 현상임에도 살 수도 있을 거란 희망에 장기 기증을 거부하고 치료를 계속 받는다.
뇌과학 회사 대표인 미즈호의 아빠 가즈마사는 그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뇌와 기계의 융합하여 사람들이 움직이게 하는 연구를 한다. 이 경우 뇌 기능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자신의 딸은 뇌가 멈춰 있는 상태라 가능성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연구원 호시노의 연구에 관심이 갔다.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가 호흡이 가능한 특수 수술에 대해 알게 되고 가즈마사는 딸에게 스스로 숨을 쉴 수 있게 해주고 싶어 이 수술을 강행한다. 인공호흡기를 뗀 거 자체로 기쁜 부부에게는 미즈호가 점점 살아있다고 느껴졌다. 호시노의 연구와 기술은 점차 늘어나고 미즈호가 팔을 움직일 수도, 더 나아가 얼굴 근육을 움직이기까지 했다. 가오루코는 딸이 나아지는 거 같아 기뻤지만 가즈마사는 두려웠다. 미즈호를 살려 두는 게 옳은 일인지 의문이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때 뇌사 판정을 받아들이고 장기 이식을 했다면 어땠을까.
죽음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도 이런 질문을 한다. 뇌사 판정은 ‘이미 죽은 것으로 인정 된다.’ 이런 판정이 나온다고 한다. 가즈마사는 담당 의사에게 물었다.
“지금 집에, 저희 집에 있는 제 딸은 환자입니까. 아니면 시체 입니까?”
뇌사 상태여도 신체는 계속 자라기에 가오루코는 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부부 못 지 않게 혼란스러운 것은 미즈호의 동생 이쿠토였다. 처음에는 누나가 잠들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1년, 2년 이렇게 시간이 지나 초등학교 입학 식 때, 충격을 받는다. 가오루코가 누나를 입학식 때 데려오고 사람들은 역시나 수군대면서 죽었다는 말을 이쿠토가 듣게 된다. 그 후 누나가 있는 방에 들어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결국 이쿠토의 진심은 생일 파티에 밝혀지게 된다, 이쿠토는 자신의 생일 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하지 않았다. 가오루코는 이 사실을 모르고 성대한 생일파티를 준비한다. 그 날 이쿠토의 친구들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제대로 미즈호를 알려주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쿠토의 진심을 알게 되고 가족들이 미즈호의 죽음을 받아들인 현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부엌칼을 들고 와 파출소에 신고하고 경찰들 앞에서 미즈호를 바라보며 묻는다.
“이 아이의 가슴을 칼로 찌르는 행위는 범죄인가요?”
“당연하죠. 범죄입니다.”
“무슨 죄인가요?”
“그야 물론 살인죄죠.”
“이 사람들 말로는 제 딸이 이미 죽었다네요. 이미 죽은 사람의 가슴을 칼로 찔러도 역시 살인죄가 성립하나요?”
-대화문 요약-
끝없이 삶과 죽음을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나 스스로에게도 물었지만 결론은 선택하지 못했다. 우리가 고민하는 삶과 죽음 말고도 우리가 하는 선택의 무거움을 동시에 알려주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YES or NO 같이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선택이 아닌 다방면으로 생각하고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걸 진지하게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다.
-인어가 잠든 집 한 줄 평-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나는 얼마나 현명함을 보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