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전국 특수학교 재학생의 절반은
매일 왕복 1~4시간 거리를 통학하며
전쟁 같은 아침을 맞이한다
장애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특수학교
아이를 위해 거리로 나선 엄마들은
무릎까지 꿇는 강단으로 맞서는데…
세상을 바꾼 사진 한 장,
엄마들의 용기 있는 외침이 시작된다!
(출처 : 다음영화 movie.daum.net)
‘초품아’ 란 말이 있다.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집을 고를 때 우선순위로 두는 조건 중 하나라고 한다. 새롭게 마을을 조성할 때 빼놓지 않고 포함되는 것 역시 교육시설이다. 내 아이가 집과 가까운 학교에 안전하게 등, 하교하는 건 모든 부모님의 바람이지 않을까. 그리고 여기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 하나가 있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 앞에서 아이들에게 학교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어머니들이 무릎을 꿇었다.
영화 <학교 가는 길>은 강서구 유일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짓기 위한 강서구 장애인 부모회 어머니들의 노력을 담고 있다.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받아주는 학교가 없고, 집 가까이엔 갈 수 있는 학교가 없어 타 지역으로 통학하느라 매일 두세 시간을 버스 안에서 보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저 평범하게 아이를 키우던 어머니들은 투쟁의 선두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학교 설립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반발을 마주하며, 더불어 울고 웃으며 끈끈하게 하나가 된 어머니들은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 어려운 여정을 함께 나아간다.
영화는 장애인 부모회 어머니들의 학교 설립 여정을 따라가고 있지만,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그저 님비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이기적인 집단으로만 묘사하지는 않는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며 시작된 강서구 택지 개발의 역사부터, 아파트로 가득한 동네 한복판에서 왜 학교는 문을 닫고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생겨났는지, 강서구민들은 왜 그곳에 학교가 아닌 다른 시설을 원하는지, 그저 지역 사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졌다는 단편적인 뉴스만으로는 잘 알지 못했던 여러 배경을 알려주고 관객에게 다양한 시각에서 이 쟁점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강서구 장애인부모회의 집행부를 맡는 어머니들은 대부분 이미 아이들이 장성하여 정규 교육을 마친 경우가 많았다. 정작 학교가 지어져도 나에게 올 혜택은 없지만, 다음 세대의 아이들을 위해서 투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단지 서진학교 건립 추진뿐만 아니라, 장애 아이를 키웠던 경험을 다른 어머니들과 기꺼이 나누고, 다른 지역의 장애인 교육과 사회 진출을 위한 요구에도 적극적이다.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이 특수교육이라는 또 다른 선 안에 갇히지 않고, 장애인 시설도 여느 건물과 다름없이 도심 어디에도 세워질 수 있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바라는 어머니들의 바람은 아이들의 행복뿐만 아니라 장애 아이를 키워야 하는 다음 세대의 어머니들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많은 이의 눈물과 노력 덕분에 서진 학교는 2021년 무사히 문을 열었다. 비록 영화는 서진 학교 한 곳을 다루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 가는 길이 먼 장애인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비장애인 학생들이 집 가까운 학교에 가는 게 당연한 것처럼, 장애인 학생들도 굳이 특수학교를 찾아가지 않고 집 근처 학교로 편하게 등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서진 학교를 짓는 것보다 더 어렵고 험난한 여정이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이 어려운 길을 함께 할 동지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학교 가는 길 A Long Way to School
김정인 / 99분 / 다큐멘터리 / 한국 /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