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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영 Jul 28. 2021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사랑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선희 엥겔스토프, 한국 이름 신선희.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덴마크 가족에게 해외 입양됐던 선희는 한국에 와서 친생모를 찾는 한편, 한 미혼모 시설에 머물며 미혼모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출처 : 다음영화 movie.daum.net)




‘나는 엄마의 비밀이었다’


1982년생 선희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외로 입양된다. 선희의 엄마는 그녀가 태어난 날 입양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선희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제주도의 미혼모 보호시설인 애서원에서 10대 미혼모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애서원 원장님 이하 선생님들을 제외하면 미혼모들과 그 가족들, 태어난 아기들까지 모두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하는데, 미혼모들과의 개별 상담이나 태어난 아이의 운명을 결정하는 부모 상담, 심지어 출산 현장 등 꽤나 민감한 순간까지 촬영되어 있는 점이 놀라웠다.


영화 속 감독의 나레이션처럼, 입양아 출신으로 성인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와 영화를 만들겠다는 선희에게 애서원의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를 떠올리며 선뜻 자신들을 피사체로 허락했던 것일까.


내가 애서원 한 켠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 그 시선이 사실 카메라였다는 걸 깨닫게 한 유일한 순간은, 위탁 가정으로 아기를 보내고 방에 돌아와 엉엉 울던 어린 엄마를 바라보던 화면이 갑자기 기울고, 카메라를 바닥에 두고 다가가 그녀를 꼭 껴안아주던 감독의 모습이 프레임에 잡혔던 때였다. 사실 선희도 친엄마를 만나게 된다면 그렇게 안아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보내고 울고 있을 열아홉의 엄마를 떠올리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어린 엄마들은 대부분 직접 아이를 키우길 원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대부분 아이를 포기할 것을 종용한다. 쉽게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어렵지만, 그저 엄마들이 마음에 안고 가야 할 그 상처가 안쓰러웠고, 떠나간 아이들이 부디 좋은 가정에서 더욱 사랑받고 잘 자라면 좋겠다 생각할 뿐이다.


영화 보는 내내, 코로나로 벌써 1년 반 가까이 만나지 못한 입양원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엄마가 포기하지 않고 열 달을 품어 세상에 내보냈지만, 어쩔 수 없이 보내야만 했던 아이들. 이 아이들도 한 명 한 명 소중한 누군가의 사랑임을 기억하고, 다시 봉사 활동을 갈 수 있게 된다면 짜증도 덜 내고 더 잘 놀아줘야지.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Forget Me Not-A Letter to My Mother

신선희  / 86분 / 다큐멘터리 / 한국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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