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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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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Sep 22. 2023

반딧불이

2023년 8월


초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저녁 산책을 하다보면 해가 빨리 저물어 어둑해져버린다. 하루는 꼬리 혼자 저녁 산책을 다녀오더니 마을에서 처음으로 반딧불이를 봤다고 했다. 깜깜한 논둑길에서 연두빛으로 반짝이며 날아갔는데, 숲쪽을 보니 더 여러 명이 모여 있었다고 했다. 나도 보겠다고 다음 날 헐레벌떡 나갔는데 그날은 어째 반딧불이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꼬리를 거짓말쟁이라고 놀렸는데, 그 다음날 놀림이 무색하게 내 눈앞에도 반딧불이가 나타났다. 이후 반딧불이는 매일 나타났다. 일부러 그들을 보러 해가 저물 무렵에 산책을 다니기도 한다. 반딧불이는 정말 요정같다. 하늘의 별이 똑 떨어져 붕붕 날아다니는 것도 같다. 어제는 반딧불이가 갑자기 내 품으로 날아들었다. 새까만 몸에 엉덩이 쪽에서 연두빛 네 개의 점이 빛났다. 반딧불이는 자리를 슬금 옮겨 꼬리 품에도 안겼다. 조심스럽게 손 안에 담아 쓰다듬다가 손가락 끝에 올려주니 가만히 기다리다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갔다. 우리가 매일 저를 보러 나오는 걸 어째 알았는지! 가을비가 내리는 요즘, 먹구름에 별이 가려져도 아쉽지 않는 건 반딧불이 덕분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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