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초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저녁 산책을 하다보면 해가 빨리 저물어 어둑해져버린다. 하루는 꼬리 혼자 저녁 산책을 다녀오더니 마을에서 처음으로 반딧불이를 봤다고 했다. 깜깜한 논둑길에서 연두빛으로 반짝이며 날아갔는데, 숲쪽을 보니 더 여러 명이 모여 있었다고 했다. 나도 보겠다고 다음 날 헐레벌떡 나갔는데 그날은 어째 반딧불이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꼬리를 거짓말쟁이라고 놀렸는데, 그 다음날 놀림이 무색하게 내 눈앞에도 반딧불이가 나타났다. 이후 반딧불이는 매일 나타났다. 일부러 그들을 보러 해가 저물 무렵에 산책을 다니기도 한다. 반딧불이는 정말 요정같다. 하늘의 별이 똑 떨어져 붕붕 날아다니는 것도 같다. 어제는 반딧불이가 갑자기 내 품으로 날아들었다. 새까만 몸에 엉덩이 쪽에서 연두빛 네 개의 점이 빛났다. 반딧불이는 자리를 슬금 옮겨 꼬리 품에도 안겼다. 조심스럽게 손 안에 담아 쓰다듬다가 손가락 끝에 올려주니 가만히 기다리다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갔다. 우리가 매일 저를 보러 나오는 걸 어째 알았는지! 가을비가 내리는 요즘, 먹구름에 별이 가려져도 아쉽지 않는 건 반딧불이 덕분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