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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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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Nov 10. 2023

명상과 꿈

2023년 10월


명상을 깊이 하면 꿈이 선명해진다. 무의식이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대체로 나는 슬픈 꿈이 기억에 남았다. 명상센터에 오래 머물 적마다 대성통곡을 하다가 내 울음소리에 놀라 깰 정도로 생생한 꿈을 꾸곤 했다. 이번달에 또 명상코스에 참여했을 땐 어떤 슬픈 무의식이 날 찾아오려나 싶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명상코스 내내 울고 싶을만큼 힘들었는데 올해부터 심해진 안구건조 탓인지 도무지 눈물은 안났다. 차라리 울고 싶어서 온몸에 힘을 쥐어도 봤지만 퍽퍽한 눈알엔 눈물 흔적도 없었다. 그러다 닷새날 꿈에 꼬리가 찾아왔다. 꼬리의 얼굴이 가까워지더니 여느 아침처럼 입을 맞춰주었는데 어찌나 생생했는지 입술의 체온이 데일 듯했다. 벌떡 놀라 눈을 떴을 때 당연히 꼬리는 없었다. 그저 고요한 명상센터의 새벽이었다. 나를 내려다보던 꼬리의 눈동자마저 너무 선명해서 꿈에서 깬 것 같지가 않았다. 새벽마다 뻐근하던 눈에서 그제야 뜨거운 눈물이 터져나왔다. 나도 모르게 “왜 이제 왔어”하는 말을 되풀이하며 울었다. 새벽 명상 종소리가 울리기 전까지 꼬리가 남긴 환각이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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