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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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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Jan 04. 2024

집에 거울이 없을 것 같은 사람

2024년 1월


꼬리는 옷을 주워입는다. 진짜 길에서 주워입을 때도 있지만, 외출할 적마다 옷장에서 별 생각없이 주워입는 거다. 특히 아무래도 꼬질거리는 작업복을 주워입은 꼴을 볼 땐 웃겨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무튼 꼬리는 멋과 거리가 멀다. 스무살 초반엔 잔뜩 꾸며입고 나갔는데 친구에게 ‘넌 꾸미면 정말 예쁠텐데’라는 말을 들었단다. 하루는 꼬리가 인터넷에서 ‘옷에 관심없는 사람 특징’이라는 제목의 글을 클릭했다. ‘이거 분명 칩코가 다 해당될 거’라며 깔깔댔다. 글을 읽어보니 꼬리도 반박할 수 없을만큼 꼬리 얘기였다. 꼬리 옷장을 시찰하고 누군가 적은 게 틀림없어 보였다.


사실 내 이상형은 집에 거울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이다. 난 꼬리가 옷을 저렇게 입고 다니는 게 너무 멋지다. 거울 앞이나 쇼핑센터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그닥 취향이 아니다. 하루는 꼬리가 면접을 볼 일이 있어 잔뜩 차려입고 나타났다. 평상시 입지 않는 코트와 구두를 신고는 자기가 직장인처럼 보이느냐며 예쁘냐고 재차 물었다. 솔직히 꼬리의 작업복 차림이 훨씬 내 취향이었지만, 여상한 차림이 더 예쁘다고하면 놀리는 것 같아 관두었다. 그런데 거짓말은 썩 못하는 편이라 예쁘다는 말은 못해줬다. 그래도 평소에 많이 하니까 안삐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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