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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롱도로롱 Sep 10. 2023

우울증 걸린 참치와 김광석이 전하는 말

거친 참치들,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 오빠생각


#1 


  유튜브를 보면 세상의 온갖 잡지식을 얻을 수 있다. 정보의 질은 차치하고 말이다. 얼마전에 본 한 동영상에는 "참치가 멈추면 죽는이유"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참치란 놈들은 혼자 아가미를 움직일 수 없어서 계속 헤엄쳐서 아가미에 물을 넣어주지 못하면 질식사 한다는 내용이었다. 최고급 어류에 덩치도 산만한 참치가 조금은 애처로워 보이는 순간이다. 아마도 그건 지금껏 아무리 열심히 살았어도, 앞으로 열심히 살지 않으면 어떤 성공도, 성공이 아니라 조금의 만족도 얻기 어려운 오늘날의 젊은이와 나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봐야 좋은 직장을 위해 또 열심히 공부 해야한다. 여기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좋은 대학 같은 것은 오히려 부끄러운 칭호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고통의 사슬을 끊는 것은 역시 매일 헤엄치는 것보단 아가미를 열고 닫는 법을 배우는 것일테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을 조화롭게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것만 가질 수 있다면 참치보다도 행복한 광어, 우럭, 쏨뱅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우연하게 동료 선생님의 차에서 김광석이 부른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라는 노래를 들었다. 김광석 노래는 익히 들어왔는데 어쩐지 이 노래는 처음 듣는 것이었다. 시와 같은 가사들과 더불어 평소에 듣기 어려운 김광석씨의 고음(?)이 무척 매력적이다.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라는 문장이다. 나는 유년에 대한 기억이 그닥 없는데, 유년에 대한 동경은 엄청난 편이다. 뭔가 때묻지 않고 순수할 수 있는 시기의 감정이 부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매일 겪는 고민을 알지도 못하던 시기로 돌아가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김광석씨의 라이브 영상에서 김광석씨가 젊을 적에 죽어 영원히 청춘의 아이콘이 되었다는 댓글을 보았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것이다. 우린 늙은 김광석을 본적이 없다. 늘 촌스런 복장에 촌스런 노래를 부르지만 순수한 젊은 김광석만을 기억한다. 유년에 대한 동경이 유년의 모습을 간직한 청춘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나는 오래 살고 싶지만 그럼에도 청춘의 아이콘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이것 역시 유튜브에서 본 동영상에서 생각은 시작된다. 어떤 손녀딸이 할머니를 코인노래방에 데려갔단다. 이노래 저노래 콘서트처럼 불러드리다 오빠생각이라는 노래를 할머님께서 청하셔서 불렀단다. 그리고 할머님이 전쟁으로 오빠들을 떠나보내고 막내인 자기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를 하여 눈물을 흘렸다~ 는 이야기다. 이걸 보고 노인의 슬픔은 청년의 슬픔과 깊이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겪는 슬픔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을 것들과 일어났을때 해도 늦지 않는 것들에 대한 고민따위로부터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인들의 슬픔은 아주 확실하게 일어난 이를테면 가족, 친구, 자식의 죽음같은 것들이다. 그런것에 대한 슬픔인데도 불구하고 우울증을 앓는 젊은 사람처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닳고 닳아 굳은 살 가득 한 손을 보이듯 담담하게 내 보인다. 누가 내 우울좀 알아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떠나간 사람을 추억하는 식이다. 세월이 그들을 강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르치는 청소년들은 쉽게 우울해 하고, 쉽게 우울을 표출한다. 굳은 살이 아니라 입술에 난 상처처럼 조금만 벌어져도 뻘건 피가 쏟아진다. 그런것을 보면 딱한 마음이 든다. 파푸아 뉴기니에서 태어났더라면 생각조차 안해볼 고민, 느낄 필요도 없은 우울이었을텐데...하면서 말이다. 얼른 그들의 상처가 잘 아물고, 단단한 굳은 살이 되어 더 큰 슬픔도 추억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노래 추천이 취미라 추천합니다.


https://youtu.be/hXD-fkiNWOA?si=9ZOIw5jvcLMjn_Vh


https://youtu.be/Kt2X8_3YWCY?si=-b-ly_7ylsOloJcz


https://youtu.be/SeR_NYT4z5E?si=4ITPRsUlp0H7cD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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