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하민 Mar 18. 2023

요가,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유형별로 알아보는 요가 피플

운동은 후천적으로 얻는 유전 형질처럼 작용한다. 한 가지 운동을 오랫동안 한 사람을 보면 다들 비슷하다. 웨이트를 오래 한 남자들은 난폭한 우두머리 고릴라 같다. 마라토너들은 오동나무 가지 같고, 발레를 전공한 이들은 참새 머리에 우아한 두루미를 닮았다. 몸만 변하는 게 아니다. 옷차림이나 행동거지, 먹는 음식과 삶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도 대체로 어떤 경향성을 띤다. 요가를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서도 몇 가지 유형이 있다. 내 인스타 피드에는 언젠가부터 요가하는 사람들의 사진이 종종 보인다. 또 회사나 모임에서 만난 요가 피플과 대화하면서, 불특정 다수와 요가원에서 함께 수련하면서 그 유형이 내 머릿속에 점점 명확하게 그려진다.


먼저 <도사 그룹>이 있다. 이들은 보통 나이 든 남자다. 개량 한복을 고집하고, 민머리거나 수염을 기르거나 둘 다이며, 몸은 마치 한겨울의 나뭇가지처럼 앙상하다. 하지만 연약하지 않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강하고 유연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아사나는 같은 남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이롭다. 양반 다리도 힘들어하는 나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그들에게 경외심을 느낀다. 결코 닿을 수 없는 경지에 가 있는 사람들이다.


세속적인 열등감을 자극하는 그룹도 있다. <패션 그룹>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들은 우선 젊고 매혹적이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다들 몸매가 상당히 좋다. 요가만 해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섹시함이다. 요가에 인생을 바친 척하면서 뒤에서는 몰래 PT를 병행하는 게 분명하다. 그들은 큼직한 광배근과 가슴, 애플 힙을 인스타에 성실히 전시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정말 ‘패션’으로만 요가를 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잘 모르겠다. 보면 꾸준히 수련하고 자세도 훌륭하다. 그래서 부럽다. 그들의 피드는 핫바디와 맑은 얼굴, 긍정적인 문구로 가득하다. 가끔 뭘 팔기도 하지만.


별로 닮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대충대충 그룹>이라고 하자. 요가원에서 그런 사람들을 종종 발견한다. 꾸준히 나오기는 해도 별로 열심히 하지 않는다. 몇년이나 같이 수련했지만 실력은 제자리걸음이다. 그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설렁설렁 움직이고, 조금 어렵다 싶은 동작에서는 다섯 카운트가 다 끝나기도 전에 포기한다. 요가를 오래 했지만 초심자와 별반 다르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나는 어떤 그룹에 있나. 애석하게도 <대충대충 그룹>이다. 수련을 시작한 지 2년이 흘렀지만 처음과 달라진 게 사실 별로 없다. 고관절은 아직 꽉 잠겨 있다. 가부좌는커녕 그냥 바닥에 앉아 있는 것도 나에겐 고역이다. 이대로 가다간 영락없이 대충대충 그룹을 대표할 운명이다. 어찌해야 할까. 방법은 두 가지다. 수모를 당하기 전에 요가를 그만두거나,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는 <패션 그룹>의 일원이 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거나. 그래서 언젠가 나도 당당하게 상의를 탈의하고, 잘 갈라진 복근 위로 풍선처럼 부푼 가슴을 자랑하며 물구나무를 서는 거다. 요가 프로필을 찍고 인스타에 올리는 거다. 한마디로 패션 요가왕이 되는 거다. You can do it? Yes, I can!

매거진의 이전글 요가가 없는 요가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